文도 강조한 ‘확장’ 시동
민주, 상속세 완화 착수
일괄공제는 5억→8억
배우자공제 5억→10억
李, 보수 의제 ‘성장’ 강조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보수 진영의 의제인 ‘성장’을 꺼내 들었고, 민주당은 이 대표가 문제를 제기했던 상속세 관련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표가 ‘민생’을 강조하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담에 나선 것은 대권 가도를 본격화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전날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속세 일괄공제액·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 금액 상향을 골자로 한 개정안에는 현행 상속세 일괄공제액인 5억원을 8억원으로, 배우자 상속공제 최저한도금액인 5억원을 10억원으로 올리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은 상속인에게 2억원의 기초공제와 자녀 1인당 5000만원, 장애인 1인당 1000만원 등의 인적공제를 제공한다. 또 기초공제와 인적공제를 합한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5억원을 일괄 공제하도록 규정한다. 배우자가 상속을 받은 경우에는 법정 상속 지분 등을 고려해 최소 5억원의 배우자 상속공제를 적용한다.
임 의원은 “상속세 일괄공제 및 배우자공제 금액은 1996년 세법 개정 당시 5억원으로 설정된 이후 28년이 된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산층의 자산가격 등 물가 상승에 따른 세부담을 합리적으로 미세 조정하기 위해 현실적인 수준의 상속공제 금액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역시 지난 16일 관훈토론회에서 상속세와 관련 “큰 틀의 제안을 진행하고 싶다”며 “상속세가 제가 회계사를 한창 하던 30년 전 규정과 거의 동일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의 대선 준비를 위한 ‘중도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8일 당 대표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속세와 관련 “세율은 건들 수 없고 배우자 공제·일괄공제 금액을 좀 조정하자”고 밝혔다.
이 대표는 ‘1가구 1주택’을 예로 들며 “서울에서 지난해에 사망한 분들 중 15%가 집 때문에 상속세를 냈다는데 집 한 채 갖고 있다가 가족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세금 때문에 쫓겨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액 5억원이라 10억원이 넘어가면 집값 초과분에 대해 세금 40%를 내야 하기 때문에 집을 팔거나 쫓겨나는 일이 발생한다. 이런 불합리한 경우는 좀 고치자”며 “물가와 집값을 고려하면 현재 수도권 대도시 집값을 고려할 때 가족 중 누군가 사망했는데 상속세 때문에 그 집에서 쫓겨나는 그런 일은 없애는 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이 대표가 오는 25일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에 앞서 ‘민생’을 강조하며 정부·여당과의 협력 의지를 보인 것도 중도 확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지난 19일 대표직 연임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삶에 보탬이 되는 정책이라면 모든 것을 열어두고 정부‧여당과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빠른 시간 내에 (한동훈 대표와) 만나서 민생 문제, 정국 현안에 대해서 허심탄회한 논의가 되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한 당 대표 선출 직후 수락연설에서 “멈춰 선 성장을 회복하고, 지속 성장의 길을 찾아야 한다”며 ‘성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보수 진영의 핵심 키워드로 사용되던 성장을 진보 진영 제1야당 대표가 꺼냈단 점에서 이 대표의 ‘우클릭 시동’이란 해석도 나온다. 더욱이 이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기간 중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등 그간 민주당의 ‘금기’로 여겨졌던 세금 완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수차례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