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락장 여파에 얼어붙은 투심…거래량 급감

상반기 6.5억주에서 12일 2.9억주로 급감

“美 경제 지표·중동 리스크 투심 회복 관건”

‘자라에 놀란 가슴’ 국내증시…日거래량 10개월래 최저 [투자360]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8월 폭락장 여파에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개미들의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코스피 시장에서 하루 거래되는 주식 거래량은 1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예탁금 회전율도 연중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국내 시장도 뚜렷하게 반등하지 못하면서 투자 판단을 미루는 투심이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물가 등 각종 경제 지표, 엔비디아 2분기 실적 발표 등이 투심 회복세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유가증권(코스피) 시장 하루 거래량은 2억9308만주로 지난해 10월 6일(2억8939만주) 이후 10개월만의 최저치였다.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폭락한 ‘블랙먼데이’(5일) 당일 거래량은 7억6378만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 13일 코스피 지수가 다시 2620선을 되찾으면서 거래량도 3억7800만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코스닥 거래량도 지난 5일 11억7385만주에서 12일 8억8511만주로 뚝 떨어졌다. 전날 코스닥 지수가 1% 넘게 급락하자 거래량은 다시 5~6일 폭락장 수준인 11억주대로 불어나기도 했다.

통상 여름철 무렵엔 주식 거래량이 줄긴 하지만 최근 증시 폭락장에 경계 심리가 유독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 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9%나 줄었다. 올 상반기 국내 증시는 금리 인하 전망에 밸류업 정책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일 평균 거래량 6억5000만주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달 들어 기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통상 거래량은 단기 바닥을 찍고 우상향하기 전 급증한 경향이 있는데, 폭락장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폭락장 이후 국내 증시의 반등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망 심리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 같은 대형 우량주 위주로 거래가 쏠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근 거래량은 줄어드는데도 지수와 시총이 서서히 증가하는 이유”라고 했다.

단기과열을 진단하는 지표인 ‘예탁금 회전율’도 연중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초(7월 4일) 42.3%에서 이달 12일 27.3%로 하락했다. 고객이 맡겨둔 예탁금 중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자금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증권업계는 이 수치가 40%를 넘으면 과열권 초입, 50%를 초과하면 과열권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실제 투자자 예탁금도 이달 5일 59조4876억원에서 12일 53조142억원으로 6조5000억원가량 줄었다. 시장에선 위험 자산인 주식 대신 예금, 채권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 상장된 금현물 ETF의 경우, 지난달 평균 거래량이 21만주 수준이었으나 지난 5일 112만주로 폭증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덜어낼 경제 지표를 확인하면서 투심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7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 대비 0.1% 상승해 이전치(0.2%)와 전망치(0.2%)를 모두 밑돌며 인플레이션 둔화세를 보였다.

다만,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등 대외적인 변수도 유의해야 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항공모함 전단과 잠수함 부대를 중동에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 경계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주요 미국 경제 지표 발표 전까지 경계심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라에 놀란 가슴’ 국내증시…日거래량 10개월래 최저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