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격 하반기 추가 상승 전망
금리인하·트럼프 당선 시 인플레 예상
금리·달러·ETF와 금값 상관관계도 정상화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천정부지로 치솟은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금빛’ 전망이 제기된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미국 대선을 거치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늘어날 거란 분석이다. 금값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금리·달러·상장지수펀드(ETF)’ 3개 지표가 정상화된 점도 상승 전망을 뒷받침한다.
2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36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2073.4달러로 출발한 금 가격은 4월 들어서 2413.8달러까지 치솟은 뒤 2300~24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시기 금값은 역사상 최고가를 연신 갈아치웠다. 금 가격은 지난 18일 2467.80달러를 기록하며 2개월 만에 다시 전고점(5월20일·2449.5달러)을 경신했다.
금은 변동성이 낮은 안전자산으로 인플레이션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올해 금값이 꿈틀댄 건 금리가 인하 기대감이 기저에 깔리면서다. 금은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와 반비례 관계로 실질금리가 낮아지면 가격이 상승한다. 오랜 고금리 시대가 저물 거란 전망이 연초부터 제기되자 기대감에 금값이 올랐다. 지정학적 불안 요인도 안전자산 수요를 촉발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에 따른 불안한 국제정서는 금 매입으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 인도 등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대거 매입하면서 금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세계 중앙은행 내 금 매입 규모의 20~25%를 차지하는 중국은 지난 5월까지 18개월간 약 300톤 규모 금을 사들였다. 중국이 미·중 갈등 심화 속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 보유량을 확대하면서다. 인도도 2020년 1월부터 순매입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각국이 유례없는 매수세를 보이면서 통상 금 가격을 해석하는 지표들과 상관관계마저 깼다. 금은 실질금리, 달러, ETF 흐름 등 3개 지표를 보고 가격을 해석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질금리가 높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인데다, ETF 유입도 약세였지만 강한 랠리를 펼쳤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 3개 지표와 금값 상관관계가 정상화되는 흐름이다. 지표와 상관과계마저 깨버린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이 줄어들면서다. 지난 5월 금 매입을 중단한 중국은 지난달에도 금을 사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세계 중앙은행 금 매입도 올 1분기 290톤에서 2분기 100톤 미만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홍성기 LS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금 매입이 중단되면서 전통적인 상관관계가 회복되고 있다”며 “6월 하순 이후 금 가격 반등 국면에서는 실질금리 하락, 달러화 약세, ETF 자금 유입이 금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과 지표와 상관관계가 회복되면서 향후 금값은 실질금리 등 매크로 변수로 해석 가능한 정상적 범주로 들어온 것이다.
하반기 금값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는 매크로 변수는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다. 미국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낮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 예측된다. 고용이 둔화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고 물가가 어느 정도 잡히고 있음에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홍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기대인플레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며 금 가격에 도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으나, 연준의 통화정책 대응으로 미 국채 금리가 본격 하락할 경우 금 가격은 다시 한번 레벨업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감세 정책과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도 금값에는 호재다. 헤지 수단으로서 금 수요가 늘 거란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