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전 의원 9일 세종서 당대표 출마선언
“유례 없는 제왕적 당대표… 국민 실망 커져”
이재명 단독 출마 아닌 경선 유의미 당내평가
金 일정기준 이상 득표율 얻을땐 파급력 전망
이재명, 10일 11시 민주당사에서 출마 선언
[헤럴드경제=안대용·양근혁 기자] 경남도지사를 지낸 김두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치러지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로써 차기 민주당 대표 선거는 이재명 전 대표 단독 출마가 아닌 경선으로 가게 됐다. 4·10 총선 이후 ‘일극체제’란 말이 나올 정도로 이 전 대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전당대회 후보 등록도 시작하기 전에 연임 이야기가 나오는 국면에서, 경선이 진행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하다는 당 내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9일 오전 11시 세종특별자치시의회 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 김두관의 당 대표 출마는 눈에 뻔히 보이는 민주당의 붕괴를 온몸으로 막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달 24일 당대표직을 사임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 접수 이틀째이자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김 전 의원은 출마선언에서 “오늘 특별히 노무현의 도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의 상징 도시, 세종시에서 여러분을 뵙게 돼 더욱 각오가 새롭다”고 운을 떼며 출마 선언 장소로 세종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국민께서 지난 총선 때 오늘날의 어려운 시국을 앞장서서 타개하라고 민주당에 여소야대, 거대 제1당의 책임을 부여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그 막중한 책임을 거슬러 역사상 유례가 없는 제왕적 당 대표, 1인 정당화로 민주주의 파괴의 병을 키움으로써 국민의 염려와 실망 또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화해와 통합, 연대와 연합을 지향했던 김대중 정신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했던 노무현 정신도 민주당에서 흔적도 없이 실종된 지 오래”라며 “지금 우리가 이 오염원을 제거하고, 소독하고, 치료하지 않은 채 그대로 간다면 민주당의 붕괴는 칠흑 같은 밤에 번갯불을 보듯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횡포를 막고, 남북 평화 체제 전환, 무너지는 국가 경제 복구와 민생 회복만이 민주당이 전통의 정체성을 회복해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길”이라며 “목전의 이 과제를 이루려면 무엇보다 정당의 다양성과 분권을 보장하는 제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로 성장해 온 민주당의 생명은 다양성”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는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대선의 승리를 위해 매우 중요한 선거”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의 출마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는 공개적인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당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이 전 대표 단독 출마 상황이 아닌 경선이 치러지게 됐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당연한 대표 연임이란 건 없다”며 “이 전 대표 연임이 기정사실이란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리는 상황에서 소신 있게 출마를 결심한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이만큼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일극체제’라는 시선과 당이 온통 친명(친이재명) 일색이라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이 전 대표 측도 내심 반기는 기색이 읽힌다. 다만 이 전 대표 1인 후보가 아닌 경선으로 당대표 선거가 치러지게 된 만큼 경쟁 구도에서 신경써야 할 부분들을 확실하게 챙겨야 한다는 분위기다.
당 내에선 김 전 의원이 일정 득표율 이상을 기록했을 때 본인은 물론 당 내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당 지도부 출신의 한 의원은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가 77% 정도를 받았는데 반대로 보면 23% 정도를 경쟁 후보가 얻었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걸 넘어서서 30% 정도 나오면 상당히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의 득표율 확보는 경선 기간 동안 제시할 비전에서 이 전 대표와의 차별점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