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진행한 국무회의 직전, 10분간 장관들과 선 채로 티타임을 갖고 담소를 나눠 주목된다. 현 정부들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이런 시간을 갖는 건 처음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그간 ‘불통’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소통 행보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티타임의 의미에 대해 “2015년 새해를 맞아 국무위원들이 전체적으로 한 자리에 모이는 첫 계기로 신년 덕담을 주고받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며 “지난 신년 기자회견 때도 장관들과 소통 문제가 지적됐고 해서 장관들과 소통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자리가 마련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정부 신년인사회와 신년 구상 발표 등에 국무위원이 배석을 한 자리는 있었지만 국무위원들만 따로 모인 자리는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티타임을 위해 환담 장소에 입장할 때부터 좌중엔 웃음이 번졌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서 있으면 안된다고 했는데…”라고 농담을 던지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티타임이 서타임으로…”라고 말해 장관들이 웃은 것. 다음은 티타임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국무위원들 사이에 오간 대화다.
▶박 대통령=(최경환 경제부총리를 바라보며)오늘 잘 하셨어요?(이날 오전 9시 정부청사에서 연말정산 논란 관련 정부 대책 발표 긴급 기자회견을 한 걸 염두에 두고 한 질문)
▶최 부총리=여러 가지 혼란이 있었는데, 제가 설명을 잘 드렸고요. 전체적으로 좀 늘어난 면도 있지만, 고소득층한테 더 걷어서저소득층한테, 금년내에 약 1조4000억원 정도 더 걷어서 EITC(근로장려세제) 형태로 저소득층한테 돌려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 관계를 설명드렸고요. 구체적인 내용은 다시 설명 올리겠습니다.
▶박 대통령=이해가 잘 되시는 게 중요하죠.
▶최 부총리=적극적으로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박 대통령=(국무위원들을 바라보며)어떻게 차는 드셨어요? 티타임이니까 차를 마시면서…(웃음)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대통령님께서 먼저 차를 드셔야 하는데….
▶박 대통령=어디 있어요? 줘야 먹죠.(웃음)
▶김희정 여성부 장관=이 자리에 담배 끊으신 분이 두 분 계십니다.
▶정종섭 장관=아닙니다. 세 분 입니다. 부총리와 복지부 장관 외에 안종범 경제수석도 새해부터 끊었다고 합니다.(문형표 장관을 쳐다보며)금단현상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문형표 장관=지금 제가 정상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구요.(웃음)
▶박 대통령=그럼 다른 거 뭐 드시고. 주전부리를 자꾸 하시게 되나요?
▶문형표 장관=네, 자꾸 너트 같은 견과류를 자꾸 먹게 됩니다.
▶박 대통령=아예 손을 안댔으면, 금단현상을 극복하려는 그런 고생을 안해도 되는데, 담배 손댈 때는 그런 거 생각 안하고 쉽게대죠. 그러다 보면 나중에 빠져 나오는 게 너무 힘들어요. 금단현상이 담배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게 빠져들면 금단현상이생겨서, ‘아, 내가 이래선 안되겠구나’하고 극복하려고 하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데, 거기에 한 번 빠져들면 성공을 잘 못하더라고요.
▶정홍원 국무총리=복지부 장관이 성공을 못하면 큰일 나는데….(웃음)
▶박 대통령=(웃으면서) 그런 얘기가 아니라, 금단 현상을 잘 극복하기 어렵다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고요.
▶최 부총리=저도 이번 시도가 삼 세판입니다.(웃음)
▶박 대통령=새해 ‘작심삼일’이란 얘기가 있잖아요. 그런데, 작심삼일을 극복하는 길은 삼일마다 결심을 하면 된다고 해요.(웃음) 끊은 사람들은 그렇게 몸이 가뿐하고 좋은데, 그동안 내가 왜 이걸 피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는 고백을 많이 들었어요.
▶정종섭 장관=복지부 장관이 6개월만에 완전히 끊었다 하는 그런 신화를 만들어주시죠.
▶문형표 장관=예, 성공하겠습니다.(웃음) 안할 수가 없습니다.(웃음)
▶최 부총리=하도 소문이 많이 나가지고 저희들이 안 끊을 수가 없습니다.(웃음)
▶박 대통령=소문을 먼저 많이 내라는 거죠. ‘나 끊었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많이 내면, 차마 할 수가 없잖아요. 그것도 방법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얼마나 눈물겨운 얘기예요.(웃음)
▶최 부총리=기사를 그렇게 써버리니까요.(웃음)
▶정 총리=한 달에 한 번씩 제가 점검을 하겠습니다.(웃음)
▶박 대통령=그러면 또 오보라는 지적이 나올 겁니다. 다 끊었는데.(웃음) 아무튼, 적폐를 해소한다고 노력하는데, 옷에 때가 묻어도, 처음에 묻었을 때는 금세 지워질 수 있는데, 이게 쩔어가지고 비누로 빨고 노력을 해도 옷이 헤어질지언정 때가 잘 안빠지잖아요. 그래서 처음에 잘못했다고 고치면 쉽게 끝낼 수 있는데, 너무 오랫동안 쌓이면 그것도 습관이다. 고치는 데 엄청난 힘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적폐를 해소한다 하는 것도 너무 오랫동안 덕지덕지 쌓이고, 뿌리가 깊이 내려가버려서 힘들지만 안 할 수 없는 노력이죠. 그런데, 그 자체가 금단현상이라고 생각해요. 잘못된 것도 오래 하다보면 편하니까, 나쁜 거라도 으레 그렇게 하는 것 아니겠냐 하고 빠져드는데, 그러다가는 사회가 썩는다. 그러면 개혁을 하려 해도 저항도 나오게 되고, 여태까지 편했던 것을 왜 귀찮게 하냐, 난리가 나는 그런게 일종의 금단현상이죠. 사회 전체가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데…. 옛날 산업화 시대에는 SOC 등에서 많이 깔았잖아요. 지금 이 시대에는 소프트웨어적인 것을 많이 깔고, 고치고, 제도도 바꿔나가고…. 쉽지 않은 거예요. 마음속에는 쭉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정종섭 장관=이번에 인사혁신처장이 작심을 하고 뿌리뽑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그래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작심삼일이 안되도록….(웃음)
▶박 대통령=그럼 삼일마다 결심을 새로 하시고….(웃음)
▶이근면 처장=마음을 새로 다지겠습니다.
▶박 대통령=이제 우리가 운동을 하거나 테니스를 하거나, 탁구를 하거나 할 적에 연습을 많이 해야만 공을 제대로 받잖아요. 그런데 연습을 안하고 마음으로 내가 공 잘받아야지 하고 가서 공을 잘 받을 수 있겠어요. 공 떨어지는 거 쫓아다니느라고 정신 하나도 없죠. 근데, 운동같은 거는 그렇게 근력을 키우고, 머리에 입력도 하고 해야 운동을 잘 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결심 한 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단 말이죠. 그래서 작심삼일이란 말이 나오죠. 사회적인 제도라든가, 인식을 바꾸는 것도,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그 다음에 반성하고, 이번에 안됐다고 하면 다시 또 반복해서 하고, 이런 식으로 뇌에 그런 근력이 생기도록, 확실하게 입력이 되도록 해야 행동할 수 있지, 말하고 행동하고 따로 놀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이근면 처장=몸에 익히도록 하겠습니다.(웃음)
▶정 총리=평소에 몸마 마음이 따로 많이 논 모양입니다.(웃음)
▶정종섭 장관=저희 청사에 인사혁신처가 새로 들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복도를 완전히 오렌지색으로 칠했습니다. 복도가 전부 흰색인데, 우리 처장님이 생각을 바꾸자 하는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서 전부 오렌지색으로.
▶박 대통령=형식이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많잖아요. 뭐 그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도 필요해요. 자꾸 자극을 받고, 잊어버리지 않고 결심을 하고. 쉽지 않은 일들이라 힘이 드시겠지만, 사명이니까.
▶정종섭 장관=저번에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나온 단두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단두대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어서….
▶박 대통령=단두대를 모르는 사람이 있어요?(웃음)
▶정종섭 장관=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쉽게 표현해 대한민국 방식으로 하면 작두다, 통째로 올려놓고 작두로 자른다고 하니까, 그게 그건가 하더라고요.
▶박 대통령=영어로는 길로틴(기요틴)이라고, 외국에서 제도가 처음 시작된 것이죠. 그만큼 뿌리가 뽑히지 않은 규제들이 있으니까 확실하게 하겠다 그런 의지의 표현이지, 그걸 이렇게 표현하든, 저렇게 표현하든, 개혁하겠다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강한 의지를 담고 표현한 것이라고 봐야죠.
/
hongi@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