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채널의 내다버린 방송 공정성, 중립성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종합편성채널이 전직 정치인들의 복귀무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뉴스 앵커부터 시사, 예능까지 전, 현직 정치인들이 확장하자 일각에선 “종편 채널은 이데올로기의 도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종편 채널 MBN은 주말 메인뉴스 앵커로 유정현 전 새누리당 의원을 발탁했다. 유 전 의원은 오는 17일부터 ‘MBN 뉴스8’의 남자 앵커를 맡아 본격적으로 방송에 복귀한다. 유 전 의원은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윤성 전 새누리당 의원의 후임으로 발탁됐다.

아나운서 시절에도 메인앵커로 뉴스를 진행한 적이 없는 유 전 의원은 이번 앵커 발탁에 “개인적으로도 큰 도전”이라며 “현재 MBN의 주타깃층인 중장년층 시청자에게 편안한 뉴스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종편 채널 출범 이후 전, 현직 정치인들의 방송활동은 눈에 띄게 늘었다. MBN에선 지난해 9월부터 MBC 앵커를 지내다 청와대 외신담당 제1부대변인으로 발탁, 2010년 7월까지 청와대 제2대변인으로 활약한 김은혜 전 KT 전무가 시사 토크 프로그램 ‘뉴스&이슈’의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 채널A에선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해 5월부터 ‘이동관의 노크’ 프로그램을 통해 시사뉴스를 분석하는 역할을 맡았다. 채널 입장에서 얻는 효과가 괜찮다. 시사 프로그램이 밀집한 오후 4시대 방송되는 김은혜 앵커의 ‘뉴스&이슈’의 경우 동시간대 프로그램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채널A ‘정용관의 시사병법’, JTBC ‘뉴스현장’)은 중 유일하게 3%대를 넘나들고 있다.

KBS 기자 출신으로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안형환 전 의원(JTBC 정관용 라이브),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황금펀치, 돌아온 저격수다)도 종편 시사·토크쇼에 출연 중이며, 강용석 전 의원은 시사와 예능을 넘나드는 파격행보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정치인 출신 방송인이 됐다.

의정활동 당시에도 대중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지 못했던 정치인들이 종편 채널을 복귀무대로 삼으며 활발한 활동을 하는 데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태생의 특수성을 띈 종편 채널일지라도 방송사의 뉴스 앵커와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자리는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해야함에도 특정 정당에 예속됐던 전직 정치인들이 복귀무대로 삼는 것에 대해 “편향된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는 무언의 선언”과도 같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중립성을 지켜야하는 뉴스 앵커나 토론 진행자의 자리는 물론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정치권에 몸 담았던 사람들이 복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치적 중립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슈만 된다면 무조건 섭외를 하는 언론사들의 무감각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3월 공영방송 KBS에선 ’친박‘ 성향의 정치평론가 고성국씨를 시사프로그램 MC로 내정한다는 소문이 파다해지며 내부 반발을 샀다. 당시 KBS는 MC 후보군 중 한 사람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내부(언론노동조합 KBS본부)에선 과거 총선과 대선 당시 비친 ’친박성향‘의 발언과 행태를 비춰 ”방송의 중심에서 공정성과 균형감각을 가지고 진행해야할 시사프로그램 MC가 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당시 고성국씨의 시사프로그램 입성은 불발됐다.

KBS의 경우 뉴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선정시 특정 정당에서 활동한 정치인이나 특정 정치 성향이 부각되는 인물의 경우 프로그램 진행자로 발탁할 수 없다는 내부 규약을 세워뒀다. 하지만 대부분의 종편 채널은 내부적인 규약이 없을 뿐더러 있다 할지라도 따르지 않는다. 채널의 성장과 시청률 향상에 기여한다면 물의나 논란을 빚은 정치인도 무조건 활용한다는 인상이 짙다. 또한 노골적으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며 채널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간에 오가며 파장을 일으킨 ‘종편을 둘러싼 청와대의 출연 청탁’ 메시지는 정부의 언론, 여론 공작으로까지 비치기에 전, 현직 정치인들의 방송 입성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최 교수는 때문에 “비율적으로 보면 종편 채널에선 주로 보수 정권 출신의 정치인을 기용한다. 청와대와 보수정권 출신의 정치인을 통해 뉴스를 말하겠다는 것은 방송이 이데올로기를 대변하는 도구가 되겠다는 무언의 선언”이라고 일갈했다.

지상파든 종편이든, 현행 방송법 제1조에는 ‘모든 방송은 공영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성향의 정치인들을 ‘가치 중립성’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할 시사 및 뉴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발탁하는 것은 공정성과 공영성은 배제하겠다는 태도로 밖에 비치지 않는 이유다.

정치인들의 보도 프로그램 입성 자체가 이들 채널의 노골적인 성향을 드러내기에 논란이 크지만, 이제는 ‘방송인’으로 자신의 자리를 구축한 강용석 전 의원은 사회, 정치적으로 물의를 빚은 정치인에게 ”방송이 면죄부를 준“(최진봉 교수) 대표적인 사례다.

강 전 의원은 현재 JTBC ‘썰전’, ‘유자식 상팔자’,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 ‘수요미식회’ 등에 고정 출연 중이다. 비지상파를 통해 방송에 얼굴을 비출 당시 강 전 의원의 출연 역시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수년이 지난 현재 방송 출연을 통해 ‘이미지 메이킹’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심지어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강 전 의원은 공공연히 ‘정치적 포부’를 비치기에, 공공재인 방송이 특정 정치인의 ‘이미지 세탁’ 도구로 전락해 정계 복귀를 돕는 모양새로마저 보이기도 한다. 물론 채널에선 크고 작은 이슈가 되는 정치인을 캐스팅하는 ‘전략’적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최진봉 교수는 “아직도 방송의 힘은 막강하다. 40대 후반 세대의 경우 TV는 여전히 정보수용의 주요한 수단이 된다”며 “정치인의 시사 뉴스 프로그램 복귀보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강용석 전 의원의 경우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다”고 꼬집었다. “논란의 정치인이 방송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며 새로운 인물로 탈바꿈하는 것은 방송 자체가 면죄부를 주는 방식이다”며 “종편 채널이 언론으로서의 가치 판단의 기준 없이 채널 강화를 위한 전략만을 앞세우다 보니 방송 전체의 품위와 질이 떨어지고 있다. 종편 출범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고 말했다.

종편 채널이 정치인들의 복귀 무대로 전락하며 빚어질 우려에 대해 각 채널에서의 자성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미디어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선 개선의 요구가 높아지지만 자체적인 각성 없이는 변화도 쉽지 않다. 내부규약을 통해 편파적인 방송을 제재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종편 채널의 태생상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엄격한 잣대로 심의 제재나 징계 부분이 활성화돼야 하며 방송통신위원의 종편 재승인 심사 평가시 ‘특정 정당인 출신을 앵커나 진행자로 낙점해 편향된 방송을 하는 경우’에 대해 벌점이나 불이익을 줄 수 있단는 심사항목을 만드는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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