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노조 수도권본부 총파업에 건설사 불똥
“타설 미뤄져…공사비 인상·공기 지연 불가피”
[헤럴드경제=박로명·고은결·박자연·신혜원 기자] “오늘 타설을 해야 하는 현장 중 90%에 레미콘이 안 들어오고 있습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 최근 공사비 인상 문제로 공사가 멈췄던 사업장이 레미콘 수급 상황 때문에 또 멈출 수 있어요.”(한 대형건설사 관계자)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수도권 남·북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건설업계도 초비상에 걸렸다. 수도권 건설현장에 레미콘 타설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고, 향후 공기에 쫓기며 공사를 진행해 하자가 발생하거나 입주 지연까지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2일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당장 전체 현장의 40%에서 타설이 미뤄졌다”며 “공사비가 오르고 사업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도 “서울 수도권 현장 중 골조공사 진행 중인 곳이 대략 절반 가까이 된다”며 “비파업 래미콘 사용 및 실내 공사 진행 등으로 자원을 집중하고 있지만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공사 현장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크다. 과거에도 반복된 파업으로 시간에 쫓기며 공사하다 보니, 하자가 나오며 결국 입주민 피해로 돌아갔단 설명이다.
앞선 대형사 관계자는 “최근 사전점검에서 입주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것도 2년 전 노조 파업과 무관하지 않다”며 “시간에 쫓겨 절대적 시간이 필요한 마감 작업을 빠른 시간에 해내려고 하니 하자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파업으로 공사가 늦어지면 공사비가 오르고 입주까지 늦어질 수 있다. 한 중견 건설사 현장소장은 “파업이 단기간에 종료되면 큰 무리는 없겠지만, 1~2주 정도 이어질 경우 모든 건설사에 동일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일단 파업 초기인 만큼 신중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대부분 다른 공정으로 레미콘 타설 공정을 대체하고 있다. 가령 한 대형사는 이미 지난 1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아닌 다른 공정에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다만 해당 회사 관계자는 “2~3일 정도는 대체인력으로 대응이 가능한데, 그 이후부터는 현장 운영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우선 레미콘을 사용하지 않는 대체 공정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아파트 등의 공사 차질이 불가피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마철과 파업일정이 겹치며 “그나마 다행”이란 반응도 나온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장마철에는 타설을 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 미리 다른 일정을 잡아둔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장기화 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직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