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빚투 감소세에도 반도체株 오히려 증가
지난달 빚투 상위권 모두 반도체
삼성전자·SK하이닉스·한미반도체 순
“반도체 外 투자 대안도 많지 않아”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반도체 산업 전망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빚을 내서 주식 투자(빚투)에 나서는 개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한미반도체의 신용융자잔고는 상장 이래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동안 증가세였던 개인투자자들의 ‘빚투’가 꺾이는 흐름에서도 반도체를 선호하는 투심은 오히려 더 강해지는 모습이다. 이는 기업 이익체력과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 이외에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유가증권(코스피)시장에서 신용융자잔고 증가 상위 3위 종목이 모두 반도체주였다.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가 1217억원으로 가장 많이 늘었다. 2·3위인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가 각각 749억원, 401억원 증가했다. 반도체 대형주 3곳에서 늘어난 빚투만 2300억원이 넘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갚지 않고 남은 돈을 의미해 증시 과열을 가늠하는 지표로도 쓰인다.
특히 개인들의 선호가 뚜렷한 한미반도체의 신용융자잔고는 사상 최대치를 찍었다. 한미반도체의 빚투는 지난달 17일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하더니 현재 1193억3275만원(지난달 30일 기준)까지 불어났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잔고다. LG전자(1192억원), 현대로템(1028억원), 현대차(1026억원)보다도 많다. 지난달 개인들은 SK하이닉스(6374억원·순매수 1위) 다음으로 한미반도체(3502억원·2위)를 쓸어담았다.
코스닥 시장 역시 반도체 관련주에 빚투가 집중됐다. 코스닥 반도체주에 몰린 신용융자잔고는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1조7000억원대를 돌파, 현재 1조7564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7일엔 1조7629억원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1조3000억원을 조금 넘었지만 현재 1조7500억원대로 불어난 상태다.
이처럼 반도체 쏠림 현상이 더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원·달러 환율과 미국 채권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서 4월 전체 신용융자잔고가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반도체 관련주엔 빚투가 오히려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19조187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일(19조5327억원) 연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줄어들고 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조정받자 매수 기회로 삼은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간)부터 19일까지 엔비디아의 주가가 16% 가까이 내리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줄줄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반도체 외 마땅한 투자처도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은 여전히 반도체와 수출주에 편중되어 있다”며 “반도체를 제외하면 대안이 많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업종이 작년 말부터 랠리를 펼쳐온 만큼 이익전망이 양호한 저평가된 산업을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신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섹터의 이익전망치는 여전히 견조하나 AI 모멘텀이 약해진 만큼 이익전망치만으로 추가 상승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오늘(2일) 발표된 ‘밸류업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수혜 정도가 강한 관련 산업이나 최근 주가 상승에도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머무는 조선·기계·호텔·레저 등 산업에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