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복지 개념과 일맥상통.. 노후에 대한 시각 변화
[헤럴드경제 시티팀 = 국제팀]미국 내 베이비부머세대의 은퇴시기가 본격화되고 고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노인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보건인적서비스부(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산하 고령화대책본부(Administration on Aging)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2년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약 14%를 차지하고 있으며,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은퇴인구의 약 86%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고 현재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 노년을 보내길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노인복지에 대한 개념이 양로시설과 같은 특정 시설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면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를 맞이해 'Aging in Place'라는 지역사회 중심의 보다 포괄적인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Aging in Place 개념Aging in Place는 고령화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문제점으로 인식해 극복해야 할 사회적 과제라고 간주하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노화를 인생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개념이다(Rowles 1994). 이는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재가(在家)복지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재가복지란 쉽게 말해 가정에서 기거하면서 혼자서 생활하기 힘든 병약자나 노인, 장애인 등을 도와주는 사회적 서비스를 말하는데, 이러한 재가복지의 개념이 노인복지에 접목돼 Aging in Place의 개념으로 발전했다. 과거에는 노년기를 보내는 방식으로 노인요양시설이나 노인전용주택 등을 선호했다면, 점차 노년기를 중장년층의 연장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노후를 자신이 생활하던 곳에서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노인의 삶에서 환경적 요소의 중요성과 거주하는 지역 및 사회구성원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노후에 대한 시각이 점차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연방정부의 노인복지 프로그램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노인복지정책은 크게 소득보장, 의료보장, 노인복지서비스의 3가지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특히, 소득보장제도를 담당하는 사회보장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과 의료보장을 총괄하는 CMS(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Services)가 연방정부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노인복지서비스에 대한 연방정부 정책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연방정부는 2012년 노인국과 장애인국(Office on Disability) 및 발달장애인국(Administration on Developmental Disabilities)을 모두 통합하여 지역생활실(Administration on Community Living)을 설립했다. 이는 지역생활실이라는 단일조직을 통해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중복적인 업무를 없애고 협력을 강화해 복지서비스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통합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처럼 연방정부도 Aging in place라는 개념에 맞춰 지역사회에 기반한 노인복지서비스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방정부의 노인복지 프로그램연방정부가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법제도적 틀을 제공한다면, 실제적인 정책의 구현은 대부분 주정부나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복지프로그램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고령친화도시(Age-friendly city)' 정책을 들 수 있다. '고령친화도시'란 나이가 들어도 불편하지 않고 나이와 상관 없이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도시를 말한다. 이 프로그램은 원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시작된 것으로, 21개 국가와 138개의 도시가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국에서는 뉴욕시와 포틀랜드시가 대표 도시로 참여하고 있다. 특히, 뉴욕의 고령친화도시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의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시는 2007년 세계보건기구의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뉴욕의 현실과 사정에 맞게 지역 및 시민참여, 주택, 공공장소 및 교통, 보건서비스 및 사회서비스 등의 4가지 분야에서 59개의 맞춤형 정책과제를 도출하였다(NYC 2013). 이렇게 선정된 과제를 시민단체, 학교, 민간기업, 비영리단체들과의 지속적인 협조하에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뉴욕이 세계적인 고령친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비영리단체 및 협동조합 프로그램미국의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비영리단체와 지역 커뮤니티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자연발생적 은퇴공동체(Naturally-Occurring Retirement Communities: NORC)라고 불리는 협동조합 형태의 커뮤니티는 미국의 인구가 점차 고령화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노인복지 프로그램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됐다. 1985년 뉴욕시에서 처음 시작된 NORC는 노인들끼리 현재 살고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노후를 살 수 있도록 자원봉사 및 재능기부를 통해 서로 돕는 등 각 공동체의 성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미 전역에 퍼지게 됐다. 이러한 NORC의 역할을 인식한 연방정부는 2006년 「미국노인법(Older Americans Act: OAA)」의 재승인을 통해 45개의 NORC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도 했다(Vladeck 2004). 이처럼 NORC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시작됐지만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비영리단체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실현하는데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시사점개인의 사생활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풍토에서 Aging in Place의 개념은 자연발생적으로 시작되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292개의 고령친화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시행 중에 있으며, 대부분 지역주민들과 지방정부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재가노인복지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연방정부의 정책기조도 기존의 시설서비스 중심에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Aging in Place의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도 최근 Aging in Place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서울시가 세계복지기구의 고령친화도시 인증을 받았다. 이를 통해 우리도 한국적 특성에 맞는 Aging in Place의 개념을 적용한 복지정책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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