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주담대 잔액 감소세 ‘반짝’에 그쳐

이달 들어 2조원 증가…가계대출 ‘적신호’ 계속

고정금리 확대 방침에 대외적 요인까지 산적

“변동금리 차주들에 ‘금리 인상’ 부담 몰릴 것”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달 약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이달 들어 다시금 급격히 늘고 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최저 3%대 수준을 유지하며, 대출 수요를 자극한 영향이다. 가계대출 증가세 관리를 위한 자체적 대출금리 인상 가능성도 대두된다.

특히 변동형 차주들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넉 달째 하락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확대 방침이 강화되며, 변동금리 인상을 통한 대환 유도 필요성은 커졌다. 여기다 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 중동사태 등 대외적 요인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세도 나타나고 있다.

1년 만에 줄어든 5대 은행 주담대, 이달 들어 2조원↑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537조8353억원으로 전월 말(536조307억원)과 비교해 약 1조8046억원(0.33%)가량 증가했다. 이로써 5대 은행 주담대 잔액은 올해만 약 7조9431억원 불어나며, 전반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월 말(537조964억원)과 비교해 1조657억원(0.19%) 줄어들며, 지난해 4월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전과 비교해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약 10영업일 만에 2월 전체 상승액(2조7713억원)의 65%가량이 불어났다.

실제 부동산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주담대 수요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최저 3%대에 머물러 있는 금리 수준의 영향이다. 약 1년 만에 나타난 가계대출 감소세 또한 ‘통계 착시’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기존 은행에서 공급하던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금융이 주택도시기금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며, 은행 실적으로 집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문제는 은행 차원에서 가산금리 인상을 통해 공급 관리를 지속하고 있음에도,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지난 2월 주담대 금리를 0.2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신한은행 또한 이달부터 주담대·전세대출 상품의 금리를 0.04~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은행권에서 추가적인 금리 조정을 단행해 주담대 증가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5대 은행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2% 선으로 제한해, 확대 추세를 조절하겠다는 방침을 금융당국에 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주담대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지침을 이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달 1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이미 지난해 말(529조8922억원)과 비교해 1.5%(7조9431억원) 늘어난 상태다.

“대외적 요인까지 금리 인상 압박” 주담대 변동금리 더 오른다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무엇보다 변동형 차주들에 대한 이자부담 압박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금융당국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고정금리 확대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일정 기간 후 변동형으로 전환되는 혼합형 주담대가 아닌, 5년 주기형(5년마다 금리 변동)과 순수고정금리 상품의 잔액 비중을 30%까지 늘려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5년 주기형 상품의 비중은 은행 평균 18% 수준이다.

은행권은 변동형 차주들에 대한 대환(대출 갈아타기) 유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혼합형 차주들의 경우 통상 5년의 긴 고정 기간 탓에 저금리를 적용받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 고정형 주담대 평균금리(잔액 기준)는 3.68% 수준으로 변동형 주담대(4.77%)와 비교해 1%포인트 이상 낮다.

아울러 변동형 차주들의 경우 대부분 6개월마다 금리가 갱신된다. 이에 금리 인상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규 고객을 적극 유치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고정금리 비중을 맞추려면 기존 고객의 대환을 유도하는 방법뿐”이라며 “금리 민감도가 높은 주담대 변동금리 수준을 조정해, 저금리 5년 주기형 상품으로 대환을 이끄는 방식이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며 아시아권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중동 관련 뉴스가 표시되고 있다.[연합]

대외적 요인들도 변동형 차주들에 ‘적신호’를 보이고 있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는 지난달 기준 3.59%로 전월(3.62%)과 비교해 0.04%포인트 줄어, 넉 달째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감소폭은 ▷1월 0.16%포인트 ▷2월 0.04%포인트 ▷3월 0.03%포인트 등으로 축소됐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3.9~5.98%로 고정금리(3.14~5.59%)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애초 올해 중으로 예상됐던 기준금리 인하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기대치를 상회하면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전망 따르면 지난 10일 CPI 발표 직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2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12일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코픽스도 이달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하락에 이어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위험 등 채권금리(자금조달 비용) 인상 요소가 산적한 영향이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기준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4.6%대로 치솟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한국 국고채 금리 또한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보름 새 다시 늘어난 주담대…변동형 차주 이자부담 ‘경고음’ 확산[머니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