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레드카펫, 추암 일출 감동과 다짐
북태평양 대게 ‘크랩킹 페스타’도 곧 개막
봄꽃 융단 깔린 도째비골, 재미난 뷰맛집
BTS성지 삼척과의 복원통합 희망도 커져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보라, 동해에 떠오르는 태양~”
누구든 맑은 날 붉은 일출을 보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해오름의 고장’ 동해시 추암 용뫼의 능파대 촛대바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기암괴석, 동해항을 오가는 무역선, 어선, 갈매기와 어우러져 벅찬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해안가에 봉긋하게 솟은 용뫼와 석림(Lapies), 촛대바위, 거북바위, 코끼리바위에다 각도에 따라 2~6개까지 보이는 형제바위가 일출과 함께 깨어나, 일렁거리는 파도 반사빛에 매핑(Mapping)되어 춤을 춘다. 이곳과 백사장이 연결된 삼척 최북단 증산동에서 형제바위를 보면 다섯 혹은 여섯 형제, ‘오륙도’가 된다.
추암바다 표지판에는 ‘애국가 첫 소절 배경화면으로 절경과 일출을 동시에 감상하는 장소’라고 적혀있다. 사진 마니아들의 환호 속에 호평을 받았던 일출 요가가 진행되는 날이면 추암의 해오름은 말 그대로 ‘예술’이 된다.
일출은 해돋이 관광 바다열차가 서는 간이역인 추암역에서 봐도 좋고, 해식절벽 사이에 놓인 추암해상출렁다리, 국내 유일의 융기 해안 돌기둥 숲인 ‘추암 석림’, 갈매기가 휘돌아 날아드는 백사장에서 감상해도 멋지다. 하지만 막 떠오르는 싱싱한 태양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은 역시 능파대다.
김홍도·한명회가 감탄한 ‘능파대’
용뫼와 석림, 주변 기암괴석을 통칭하는 능파대는 조선 전기의 실세, 한명회가 강원도 체찰사 시절부터 알려졌다. 이곳의 절경이 마치 미인의 걸음걸이 같고, 그 아름다움에선 총석정을 뛰어넘는다고 읊조리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홍도 역시 이곳의 절경에 감탄해 금강사군첩에 담았다.
해뜨기 전 여명으로 붉게 변한 바다를 헤치며 어부의 배가 지날 때, 태양이 얼굴을 내민 채 수면에 머무를 때, 바닷물을 빠져나오기 직전 오메가(Ω) 형상을 빚어낼 땐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어 해가 수면 위에 완전히 올라 수평선에서 능파대까지 긴 레드카펫을 깔아주면 그 광경을 보던 모든 사람들은 ‘오늘은 어제 보다 조금 더 나아지자’, ‘좀 더 웃자’, ‘좀 더 너그러워지자’는 나름의 다짐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때마침 총선도 끝났으니 올 4~5월엔 동해 일출을 보며 더 큰 희망을 품을 수도 있겠다.
동해시에도 봄이 왔다. 지난 주말 부곡수원지 가마골에 벚꽃이 피어나 도시를 연분홍빛으로 물들이고, 개장 후 첫 겨울을 보낸 가족형 파크골프장(무릉)에선 골퍼들의 “굿 샷!” 소리 요란하다. 중심가인 천곡동 도심 옆 해변, 한섬바다엔 청춘들의 재잘거림이 정겹다.
가성비·가심비 좋은 대게 먹고 공연 보러 고고~!
동해시의 4월은 맛과 멋과 흥이 어우러진다. 북태평양 오호츠크해 청정 지대의 살이 꽉 찬 대게를 가성비-가심비 높게 즐기는 ‘동해항 크랩킹 페스타’는 오는 12~15일 동해시 남부, 러시아대게마을 일원 북평 제2일반산업단지에서 펼쳐진다.
장민호, 울랄라세션, 서영은이 이끄는 13일 개막공연 이후, 크랩 맨손잡기, 크랩 뜰채낚시, 경매왕 등의 체험행사와 먹거리장터, 수산가공품·건어물 판매, 수산물 구이장터, 어린이체험존 등 부대행사가 준비돼 있다. 청정 오호츠크해 캄차카 수중산맥에 사는 크랩류의 가성비 높은 ‘폭풍 흡입’은 기본이다. 국내산에 비해 살이 더 차고, 가격은 50~70%선으로 싸다.
오는 17일과 19일 오후 7시 동해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는 시 개청 44주년을 기념하는 ‘봄의 소리 with KBS 심포니 오케스트라’ 기획초청 공연과 뮤지컬 음악회가 열린다.
동해시 면적 중 4분의 3은 과거 전국 인구 7위에 랭크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던 ‘삼척군’ 소속이었는데, 머지않아 2000년 고도(古都) 삼척시와의 통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 도시 통합과 도약의 희망도 오케스트라의 오선지에 그려지겠다.
오는 26~28일에는 북평동 전천강변에서 버라이어티쇼 전천제가 열린다. 3, 8로 끝나는 날엔 전국 최대 오일장, 북평장이 열린다. 입소문이 난 동해 라벤더축제는 무릉별유천지에서 오는 6월 열린다.
오징어·명태로 유명한 묵호…이젠 문화예술·뷰 맛집으로
동해시 북부 묵호쪽 중앙시장 옆 동문산부터 한국관광100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까지 이어지는 언덕길엔 문화와 인문학이 숨쉰다.
별빛마을-덕장마을-논골담길로 이어지는 이 일대는 오징어와 명태를 말려 가난의 대물림을 끊었던 주민들의 보금자리다.
큰 파도가 치고, 해일이 몰려오면 산기슭까지 동해바다 대게가 올라왔다는 게구석-산제골은 별빛마을로 통칭된다. 이 마을 평지엔 대형 ‘어린왕자’ 벽화가 그려져 있고, 부산 초량의 168계단에 비유할 달동네 주민의 통로 109계단이 있어 최근 포토존으로 유명해졌다.
먹태 중 최고급품인 ‘언바람 묵호태’와 마른오징어, 반건조오징어를 출하하는 덕장마을은 생업과 문화예술을 병행하는 ‘문화팩토리’가 되었다.
묵호등대 남쪽은 갓잡은 오징어를 통에 담아 지고 올라가느라 질퍽했던 논골담길이다. 힘겨운 운반을 마친 뒤 ‘바람의 언덕’에 서서 동해와 묵호항을 굽어보며 피로를 풀었다. K-드라마 ‘상속자들’ 촬영지로 유명하다.
등대 북쪽은 온 국민이 다 아는 Y자형 고공스카이워크, ‘하늘자전거’로 유명한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이다. 밸리에는 4월부터 융단처럼 피어난 봄꽃들의 향연이 진행 중이다.
밤이 되면 오페라하우스 객석처럼 계단식으로 다닥다닥 붙은 이 ‘안묵호 달동네’는 높이 150m, 폭 500m쯤 되는, 동양 최대 비정형건물이 된다.
‘명태 덕장’이 문화팩토리로…
별빛마을과 묵호등대 사이에 있는 덕장마을엔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588㎡ 규모의 문화팩토리 ‘덕장’이 들어섰다. 사무실과 전시장, 카페, 푸드센터, 체험실, 창고 등을 갖춘 유아 놀이시설, 루프탑 전망대 등을 갖췄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어르신 6명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흑임자, 녹차라떼 등을 맛보고, 언바람 묵호태를 가성비 높게 챙겨 맥주와 함께 청양마요소스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묵호태는 덕장 지붕을 덮어 찬 바닷바람만으로 말려 겉은 검어지고 속은 노란 빛이다. 영양분과 함께 바람에 실려온 바다 수분까지 농축돼 쫄깃하고 짭조름, 고소하다.
동해시에서는 ▷푸켓 제임스본드바위와 닮은 ‘한섬 007바위’를 보면서 걷는 해안 산책로 ▷무릉반석과 쌍폭, 베틀바위 등을 거치는 무릉계곡 마천루 협곡 청정 트레킹길 ▷두 개의 에메랄드 호수가 있는 무릉별유천지 스카이글라딩 ▷망상-대진해변 서핑 등을 즐길 수 있다. 최근엔 추암 야간 미디어아트를 비롯해 한섬 방파제 수상 레저와 문화공연 패키지 등을 새로운 즐길거리로 추가했다.
몇 달 뒤에 가면 또 ‘신상 즐길꺼리’가 반기는 동해시 여행은 양파 같은 매력을 가졌다. 그래서 이 도시의 여행 슬로건인 ‘감동해’(感東海)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5억 년 자연 동굴, BTS 성지, ‘동양의 나폴리’ 등의 별명을 가진 삼척과 동해가 예전처럼 한 고을이 되면 적어도 관광 산업 측면에선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