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2.0% 전망...기존 0.2%p↓“불확실성 높다”
“공급망 다변화·연금개혁·재정건전성 강화 등 강력한 정책 필요”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 대비 0.3%포인트(p) 낮은 2.2%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충격에 강력한 회복력을 보여왔지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자본 배분의 효율성 저하 등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 대응을 위한 경쟁력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과 연금제도 개혁, 재정 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한 재정 구조개혁 등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일 IMF 연례협의 미션단은 전날 기획재정부와의 면담을 끝으로 약 2주간(7~20일) 진행된 2024년 IMF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를 마무리하고 이런 내용의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라훌 아난드 IMF 미션단장은 “2024년 경제 성장률은 국내 수요 회복 약세로 일부 상쇄되나,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2%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가 이번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는 지난 10월 세계경제전망(WEO)에서 제시한 2.5%보다 0.3%p 낮다. IMF는 앞서 7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5%로 0.2%p 상향했고, 2분기 마이너스(-)0.2%의 성장률에도 10월까지 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연례협의 이후 4월 전망치(2.3%)보다도 0.1%p 낮은 2.2%로 내려잡았다.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도 2.0%로 지난 10월(2.2%)보다 0.2%p 하향조정했다. IMF는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에 대해선 “인플레이션은 10월에 전년동기대비 1.3%로 하락했고, 2025년에는 목표 수준인 2.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면서 “외환 시장 개입은 무질서한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4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우리 외환당국은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재무부가 14일(현지시간) 15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와 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를 이유로 다시 환율관찰대상국에 포함시키면서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제약이 발생하게 됐다.
IMF는 특히 한국 경제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와 자본 배분의 효율성 저하 등 구조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MF는 “구조적 전환 가운데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진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인 경제 개혁이 중요하다”며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한국의 출산율을 저해하는 경제적 제약 요인 완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 외국인 인재 유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2년 3674만명에서 2072년 1658만명으로 급감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0∼2021년 2.4%였던 한국 잠재성장률을 2022년 2.3%, 2023년 2.0%로 낮춘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금융 기관의 회복력 강화, 높은 수준의 민간 부채 위험에 대응, 자본시장 개혁 추진 등을 통해 자본 배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최근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기업 밸류업 관련 개혁은 긍정적인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노동 시장과 상품 시장 개혁을 통해 서비스 부문과 중소기업의 배분 효율성을 개선하고 AI혁명을 활용하는 것은 생산성을 제고하는 한편 노동력 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회복력 강화를 위해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MF는 특히 “정책적 우선순위에는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이 포함된다”며 “고령화로 인한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 재정 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한 재정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 도입 준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선별적인 정책도 필요하며, 한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당국이 최근 발표한 ‘역동 경제 로드맵’에 따른 구조개혁의 신속한 이행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회복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