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 이하 이자비용 63만원 → 127만원

기준금리 인하 멀었다…쓰러지는 청년들

“금리인하 아직인데…” 29세이하 이자비용 2년새 두 배로 [머니뭐니]
서울 시내 한 은행 앞에 대출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가구주 연령 29세 이하 계층의 이자비용이 2년새 102.9%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령대 증가율이 20~30%대에 불과하단 점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유독 거세다. 청년층 '영끌(빚을 낸 투자)' 수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이자 부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점차 이자비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20대도 속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소비 가능한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내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9일 국가통계포털(KOSIS) 가계금융복지조사 2023년 가구특성별 비목별 비소비지출 통계에 따르면 29세 이하 이자비용은 127만원을 기록했다. 2021년엔 63만원이었다. 2023년 조사 이자비용이 2021년 조사 대비 배가 됐다.

2023년 지출 통계는 전년도인 2022년 비용을 기준으로 집계된다. 즉, 2020년 이자비용 대비 2022년 이자비용이 두 배 이상 폭증했다는 얘기다. 2023년 1월에도 기준금리가 3.25%에서 3.50%로 올랐기 때문에 2024년 조사 이자비용도 비슷하거나 이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29세 이하 증가세는 유독 거세다. 30대는 32.6%, 40대는 24.0%, 50대는 29.7%, 60세 이상은 29.7%에 불과하다.

청년층 영끌 수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영끌 열풍 이후 금리가 올라가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19개 은행(시중·지방·인터넷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 연령층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로 집계됐다.

한 달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비율이 전년 동기(0.24%)보다 0.15%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다른 연령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30대 연체율은 0.20%로 20대 이하의 절반 수준이었다. 40대와 60대 이상은 각 0.23%, 50대는 0.25%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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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여진 매매 관련 안내문 [연합]

20대를 중심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유인도 줄고 있다. 지갑을 열지 않으면 내수가 힘을 쓰지 못한다. 앞으로도 당분간 3.50%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이자비용은 2년 전과 비교해 54.7% 증가했다. 이에 가계지출은 12.0% 늘었다. 소득 증가율(8.2%)에 비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 이에 소득에서 지출을 뺀 여윳돈을 뜻하는 흑자액은 2.1% 줄었다. 그만큼 저축이나 자산구입, 부채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금액 감소했단 뜻이다.

주머니 사정에 맞춰 내수 부진은 이미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3.1% 줄었다. 작년 12월(0.5%), 올해 1월(1.0%) 미약한 반등을 이어가며 소비 회복의 기대감을 불어넣었으나 다시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해 7월(-3.1%)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가계 여윳돈은 50조원이 넘게 줄었다.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158조2000억원으로 2022년(209조원) 대비 50조8000억원 감소했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이다.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이와 관련 "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 비용이 늘었고, 경기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소득 증가율도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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