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금리 하단 연 3.72%
넉 달 새 1%p 감소…“은행채 안정화 영향”
신용대출 잔액 감소 추세는 더 가속화해
‘금리 부담’에 상환 이어져…대출 문턱도↑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2월 상여금 200만원을 포함해 총 300만원을 마이너스통장 대출 상환에 사용했다. 6% 후반대로 형성됐던 대출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줄어 현재 5%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A씨는 다음달부터 월 상환액을 기존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A씨는 “금리가 내렸다고 해도 여전히 고금리 수준”이라면서 “여타 투자보다 대출을 갚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인하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신용대출 잔액 감소세는 되레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대출금리가 인하될 경우 대출 수요가 늘고, 상환 수요가 감소해 잔액이 늘어나는 것과는 반대 양상이다. 이는 아직 가계대출 전반의 이자부담이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은행권에서 신규 고객의 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 하단 3%대 하락…신용대출 잔액은 지속 감소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27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03조3646억원으로 지난 1월말(105조4611억원)과 비교해 2조965억원(1.9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이후 월 평균 5000~7000억원가량 줄어들던 신용대출 잔액은 올 들어 매월 평균 1조원씩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월에는 한 달간 1조77600억원가량 줄어들며 최근 1년 중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신용대출 잔액의 경우 2022년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전반적인 감소세를 나타낸 바 있다. 여타 주택담보대출 등에 비해 금리 수준이 높아, 금리 변동에 따른 상환 수요가 가장 먼저 몰리는 영향이다. 실제 2022년말 기준 118조9807억원까지 상승했던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약 2년 2개월 만에 15조6000억원(13.2%)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최근 신용대출 금리 하락세가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잔액 감소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이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은행채 6개월물 기준) 금리 하단은 최저 3.72%로 지난해 11월말(4.68)과 비교해 0.96%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시장금리에 반영되며 전반적인 채권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8일 기준 은행채(6개월물, AAA) 금리는 3.644%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13일(4.108%)과 비교해 0.464%포인트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은 최근 가계부채 확대 우려에 따라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하지만 신용대출의 경우 꾸준히 잔액이 줄어든 탓에, 여타 대외적 요인에 따른 가산금리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은행채 금리 하락분 이상으로 실제 취급 대출금리가 하락한 이유다.
“고금리 부담 여전해” 상환 행렬에…신용대출 심사 강화도
은행권에서는 대출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부담이 여전히 높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의 상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의 경우 매달 금리 책정이 이루어져 금리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신용대출은 6개월, 혹은 1년마다 금리가 갱신된다”면서 “금리 하락세 또한 올 들어 가속화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실제 금리인하를 체감하는 고객의 비중이 아직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말 기준 국내 예금은행의 잔액 기준 대출금리는 평균 6.37%로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11월(6.44%)과 비교해 0.07%포인트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2월 평균 6.29%로 같은 기간 0.56%포인트 줄어들었다. 금리 인하가 최근 들어 진행된 만큼, 기존 차주들에 적용되기까지 기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여기다 은행권이 신용대출 문턱을 높인 영향도 대출 잔액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 은행이 지난달 취급한 신용대출 고객의 평균 신용점수는 927.6점으로 약 4달 전인 지난해 10월(915.8점)과 비교해 12점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며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세가 계속되자, 대출 기준을 높여 건전성 관리에 나선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도 건전성 및 가계대출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적 부실 우려가 높은 신용대출의 공급을 늘릴 요인은 크지 않다”면서 “금리가 줄어들 경우 수요가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아직 평균 5~6%대 정도의 신용대출이 실행되고 있어 아주 ‘저금리’라고 느끼는 수요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