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시행령 개정안…국세청 통칙 그대로 옮겨

도매업자 무알콜 맥주 공급 허용, 업계경쟁 거세질 듯

지금까지 식당에서 마신 ‘잔술’은 불법이었을까 [세모금]
[123RF]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잔술 판매와 관련한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기존과 달라질 것이 없다. 잔술을 팔았던 음식점이 불법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1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기재부는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개정안은 주류 판매업 면허 취소의 예외에 해당하는 ‘주류의 단순 가공‧조작의 범위’를 ‘주류를 술잔 등 빈 용기에 나누어 담아 판매하는 경우’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소비자들은 ‘그동안 내가 마신 잔술은 불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시행령 개정안은 국세청 기본통칙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기존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행령은 면허 취소 사유 등 국민의 권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국세청 기본 통칙보다 법령에 두자는 취지로 개정된 것”이라며 “시행령 문구 역시 국세청 기본통칙의 문구를 그대로 옮겨 쓴 것이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잔술 1000원’ 메뉴를 붙이고 소주를 파는 식당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고물가 상황 속에서 소주 가격이 오르면서 잔술을 파는 자영업자들도 늘었다. 술과 탄산음료를 섞어 파는 하이볼 역시 일종의 잔술이다.

음식점은 술과 함께 음료를 함께 판매하지만, 반입하는 경로는 제각각이다. 술은 주류도매업자로부터, 콜라와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는 식품도매업자를 통해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이 개정되면 주류도매업자는 술과 함께 비알코올·무알코올 음료를 음식점에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업계는 오비맥주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칠성음료나 하이트진로와 달리 무알코올 맥주인 카스제로 외에 ‘음료’를 제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칠성음료(클라우드제로)와 하이트진로(하이트제로)는 음료 유통 조직을 통해 음식점에 무알코올 음료를 공급할 수 있었지만, 오비맥주 입장에서 판로 확대가 마땅치 않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더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긴 셈”이라며 “불경기로 술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식당에서 마신 ‘잔술’은 불법이었을까 [세모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