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검찰 기소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에 대한 기소가 실제 이뤄진다면 그는 미 역사상 첫 ‘검찰에 기소된 전직 대통령’이란 오명을 얻게 됩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뉴욕시 맨해튼 대배심이 다음주 초에 트럼프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의 ‘성 추문 입막음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는데요. 트럼프는 성 추문과 관련한 입막음 과정에서 사업 장부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미국은 초긴장 모드입니다. 전례가 없기 때문에 후폭풍 조차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미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해 의회에 난입하게 한(혐의를 받은) 전적이 있습니다.
벌써부터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지지자들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에게 “경찰이 날 체포할 것이다. 항의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죠. 트럼프의 지지자들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는 법조계 관계자들의 호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찌감치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가 기소될 경우 2024년 미 대선 레이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관심사입니다. 현재로선 그가 공화당에서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이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유죄 판결→재선 도전 좌절’의 순서가 맞겠죠.
하지만 이마저도 트럼프에게는 예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예측 불가하기로는 이길 자가 없는 인물이니까요. 실제 그가 법의 심판을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지 않습니다.
거론되는 ‘트럼프 다운’ 시나리오 중 하나는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가 ‘옥중 출마’에 나서는 것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나라’ 미국에서는 옥살이 중인 트럼프라도 선거 출마의 결격 사유가 없기 때문이죠.
법적인 관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와 검찰 기소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는 35세 이상의 미국 시민이고, 수정헌법 22조에 따라 ‘두 차례 대통령직을 역임’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교도소 내로 물리적 제한은 받겠지만, 어찌됐든 선거 운동도 가능합니다.
데릭 뮬러 아이오와 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헌법 상으로는 트럼프가 기소되어도 대선 후보로서 그에게 어떠한 자격도 박탈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주 정부는 트럼프가 계속 출마를 고수한다면 그에게서 선거권을 배제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교도소 수감 중에 대선에 출마해 레이스를 마친 인물이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노동조합운동가이자 세계산업노동자 연맹 발기인 중 한 명인 유진 데브스가 그 주인공입니다. 미 매체 복스(Vox)는 그를 “트럼프와 가장 닮지 않은 정치인이 있다면 바로 데브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데브스는 사회민주주의당을 창당한 이후 20세기 들어 다섯 차례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 1918년에 반전 운동을 벌이다가 소요죄법 위반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는데요. 1919년 수감된 데브스는 이듬해 옥중에서 대선에 출마했고, 100만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며 3%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복스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미국의 방식대로라면 트럼프는 데브스의 선례를 따를 수 있다. 법적 조사를 받으며 선거에 나선 정치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지역 영웅들이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기소는 전례없는 사건으로 남을 수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트럼프 기소의 여파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검찰 기소를 계기로 오히려 트럼프가 지지율 결집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또한 이미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지지율에 충분히 반영돼 온 만큼 오히려 정치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하지만 중도층의 표심을 놓고 겨뤄야하는 본선에서 그의 사법리스크는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화당 전략가인 리암 도노번은 뉴욕타임스(NYT)에 “법적 논란이 커지는 것은 지지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본선에서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