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상수 기자]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발생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환자가 한국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물론 철저하게 대외 접촉을 차단한 채 말이죠. 혹은, 감염됐으나 치료가 된 환자로 가정해도 좋습니다. 치료가 됐으니 이 환자는 당연히 한국 사회 속에 자연스레 복귀하게 됩니다. 당신은 이를 찬성하시나요, 반대하시나요?
최근 정부종합청사가 일순간 소란스러워진 일이 있었습니다. 긴급 브리핑입니다. ‘에볼라’ 라는 단어에 기자들도 신속히 브리핑실로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 파견된 의료진 중 한 명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될 수 있으니 격리조치를 취했다는 것. 결론적으로, 이 사고는 지금까지도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의료대원은 독일에서 격리 치료 중이지만 현재까지 건강상태는 아주 양호합니다.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감염되지 않았으리란 전망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브리핑 당시에도 그런 예상이 나온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다행스러운 하나의 ‘해프닝’ 정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 환자를 우린 수용할 수 있을까요? 브리핑 당시 이 의료대원이 독일로 후송된다는 설명에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독일 정부와는 협의가 됐는가?”, “병원에서 수용의사를 밝힌 것인가?” 당연한 질문입니다. 우리 국민이라도 망설여질 텐데 다른 나라의 의심환자를 수용한다니요. 하지만 병원에선 먼저 환자 수용을 지원했고, 독일 정부 역시 문제없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이미 이런 소식이 독일 현지에도 알려졌지만, 독일 국민이 반대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에볼라 바이러스는 공포스럽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처하는 각국의 자세는 조금씩 달라보입니다. 독일은 에볼라 바이러스를 아예 ‘정복의 대상’으로 보는 듯합니다. 혹은 미래 먹을거리로 볼지 모르겠습니다. 적극적으로 에볼라 감염 환자를 유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병원은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들을 치료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간다 의사를 치료해 퇴원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독일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연구 결과를 선도적으로 축적하고 있습니다. 백신도 치료약도 선도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그 누구도 독일이 정답이라 말할 순 없습니다. 수많은 영화에서 보듯 미지의 바이러스가 돌연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다는 공포는 이미 먼 미래가 아니죠.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정답이란 주장도 그 누구가 ‘절대 아니다’ 반박할 수 있을까요. 결국 선택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는 과연 입장을 선택했을까요?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우린 이런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을까요?
정부는 현재 격리치료 중인 의료대원의 개인정보를 절대 공개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이번에 파견되는 30명 모두의 개인정보는 비공개됩니다. 그들이 원했기 때문입니다. 자칫 ‘주홍글씨’가 찍힌 채 한국에서의 삶을 보낼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입니다. 인류애를 위해 목숨을 건 결심을 내렸지만, 아직 한국사회는 이들의 결심을 수용할 준비가 안됐다는 방증입니다.
일본 대지진 때 현지 취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이후 귀국한 뒤 각종 방사능 검사까지 마쳤죠. 그럼에도, 한동안 주변 지인들로부터 “악수하기가 꺼려진다”는 농담 반의 인사를 들어야 했습니다. 하물며, 에볼라에 대한 공포는 돌아온 의료진을 얼마나 위축시킬까요? 에볼라 치료를 위해 아프리카를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들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의료진에게 손을 내밀까요?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이번 감염 의심 의료대원이 발생한 사고를 계기로, 한국 역시 더는 이런 고민을 늦출 수 없게 됐기 때문입니다. 당장 내일이라도 이번엔 진짜 감염 환자가 발생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는 게, 이미 세계 각국의 감염된 의료진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감염된 한국인 동료가 나오는 건 이제 남의 일만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이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