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7층 높이에서 흩뿌리는 쓰레기, 버스를 타고 돌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매립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스티로폼 상자들. 14일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과 수도권매립지공사 주관의 ‘알맹 쓰레기투어’에 참여한 시민 32명이 목도한 광경이다.
이들이 둘러본 곳은 마포자원회수시설과 수도권매립지, 재활용 선별장으로,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내놓는 쓰레기들의 종착지다. 내 손을 떠난 쓰레기들의 근황을 직접 확인한 시민들은 연신 “충격적”이라며 눈을 떼지 못했다. 쓰레기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는 서울 5개구, 수도권매립지에는 61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매일 매일 쓰레기가 실려 온다. 트럭으로는 각각 100여 대, 300여 대를 가득 채우는 양이다.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가정집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가 모이는 곳이 자원회수시설이다. 마포자원회수시설에는 마포·서대문·용산·종로·중구 5개 구의 쓰레기가 모인다. 동북, 동남, 서남 권역의 쓰레기들은 각각 노원, 강남, 양천의 자원회수시설에서 처리한다. 은평구는 자체 소각 시설을 갖추고 있고, 금천구의 쓰레기는 직매립된다.
자원회수시설이란 용어가 낯설다면, 과거 ‘소각장’을 생각하면 된다. 이제 소각장이란 이름을 쓰지 않는 건 말 그대로 자원을 최대한 회수하자는 의미를 담아서다.
재 중 일부는 벽돌이나 보도블럭으로 만들고, 소각 시 발생하는 열과 전기를 시설 운영에 쓴다. 그러고 남는 열에너지는 지역 난방으로, 전력은 판매한다.
그리고 남은 재가 향하는 곳은 수도권매립지다. 이곳에 경기 연천군과 인천 옹진군을 제외한 수도권 61개 기초 지자체의 쓰레기가 집결한다. 여의도의 5배 반 크기(1600만㎡)의 간척지에 쓰레기를 아파트 7층 높이(40m)로 쓰레기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는 곳이다.
이렇게 넓은 매립지도 어느덧 절반 넘게 채우졌다. 4개 구역으로 나눈 매립지 중 제1매립장 1992~2000년까지, 제2매립장은 2000~2018년까지 사용됐다. 6년 전부터 제3매립장를 사용하고 있다.
매립은 쓰레기 처리의 최후의 수단이 됐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는 건설 쓰레기, 내후년부터는 생활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에 직접 묻을 수 없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돌고 도는 난제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자원회수시설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건 전처리 시설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려야 하지만, 정작 소각장에서 처리되지 않는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들을 빼내는 작업이다. 전처리를 거치면 쓰레기를 소각할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건 분리배출, 재활용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는 거다. 분리배출도 어렵지 않다. 큰 원칙은 비우고 헹구기다. 단 라벨이나 테이프 등은 떼서 버려야 한다. 불순물이 섞이면 재활용품의 품질이 떨어져서다.
인천 한 민간 재활용 선별장의 손성숙 이사는 “선별장에 들어와도 40% 정도는 재활용하기 어려운 쓰레기라 고형 연료로 쓰거나 소각·매립해야 한다”며 “물로 한두 번 헹구기만 해도 재활용률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까지 하면 좋다. 포장재가 없는 상품을 구입하거나 망가진 물건도 수리해서 수명을 늘리는 식이다.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쓰레기는 결국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고, 오염된 대기와 토양을 통해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며 “제로웨이스트나 리필, 수리 등 각자 좋아하고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투어에 참여한 시민들도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했다. 출판사 직원 이채환 씨는 “해양 오염 문제를 다루다 보면 결국 쓰레기에 집중하게 된다”며 “도대체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로 가길래 바다마다 쓰레기가 고여있는지 궁금했다”고 소개했다.
대학원생 홍혁기 씨도 “학교 근처 지저분한 자취촌을 보면서 플로깅을 시작했다”며 “나부터, 당장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쓰레기를 주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쓰레기 처리 과정을 알게 되니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