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미·러 이중국적 여성 반역죄로 구금·기소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단돈 6만9000원을 기부한 여성이 러시아에서 반역죄로 붙잡혀 징역을 살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가 미국과 러시아 이중국적을 가진 33세 여성을 반역 혐의로 구금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여성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자라며 러시아 중부 우랄지역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체포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 여성이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우랄 연방대학에 다녔으며 이후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고 설명했다.
FSB는 그의 신원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이 여성의 이름이 크세니아 카바나(Ksenia Khavana)라고 전했다.
그가 러시아 당국에 체포된 것은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FSB는 이 여성이 2022년 2월 이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할 무기 등을 구매하는 우크라이나 단체에 자금을 지원했으며 미국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정권 지지 행사에도 참여하는 등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여성은 단지 몇 만원을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법률지원단체 페르비이 오트델은 이 여성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자선단체 라좀에 51.8달러(약 6만9000원)를 기부했다고 밝혔다.
페르비이 오트델은 이 여성이 지난달 말 체포된 후 이달 7일 반역죄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되면 최고 징역 20년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여성에 대한 영사 조력을 시도했으나 러시아 당국이 이를 허용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반역죄를 포함한 다양한 법 조항을 강화하며 정부에 반하는 의견을 탄압하고 있다.
페르비이 오트델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약 50명이 반역죄로 기소됐는데, 크렘린궁에 대해 쓴소리를 한 유명 비평가부터 동네에 있는 러시아 군대를 촬영한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이 기소됐다.
러시아는 해병대 출신의 기업 보안 책임자 폴 훨런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에반 게르시코비치도 간첩 혐의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