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김상수 기자, 안경찬 PD]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거대 ‘쓰레기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에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가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량으로 일본, 중국에 이은 3위인데, 최근 4년간 증가세는 한국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강, 바다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망망대해 한가운데까지 떠밀려가는, 믿지 못할 현실이다.
GPGP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국제 비영리 환경단체 오션클린업(Ocean Cleanup)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 중 15%가 한국산으로 집계됐다. 일본(35%), 중국(33%)에 이은 3위국이다. 오션클린업은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 내 식별 가능한 언어 등으로 출처를 집계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추이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 한국산 쓰레기는 약 10% 수준이었다. 최근 4년간 한국은 5%포인트나 급증, 같은 기간 일본이나 중국의 증가세(1%포인트)를 크게 앞질렀다. 최근 들어 배출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쓰레기 품목별 분류를 보면 생활용품이 826개(13.7%) 가장 많았다. 이어 양식 장비와 어구가 각각 781개(12.9%), 식음료 760개(5.88%) 순이었다.
이는 파악이 가능한, 크기 5㎝ 이상의 단단한 플라스틱에 한해 집계된 결과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오션클린업의 마티아스 에거(Matthias Egger) 박사는 “이보다 작게 부서진 플라스틱이나 출처를 파악할 수 없는 어구까지 포함하면 쓰레기의 양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션클린업에 따르면, GPGP에서 맞닥뜨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셋 중 하나는 ‘식별 불가능한 파편’이었다. 2017개(33.3%) 중 5~50㎝ 크기의 파편이 1964개(97.4%)로 대부분이었고, 50㎝가 넘는 파편은 35개(1.7%)에 불과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바람과 해류, 햇볕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파편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에거 박사는 “상어 등 물고기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오인하곤 한다”며 “수거한 쓰레기에도 물어뜯은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세 플라스틱은 결국 인간에 돌아오고 있다. 바다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대기로 올라가 비로 내리며, 해양 생물을 통해 식탁에 오른다. 공기와 물로도 인체에 유입된다.
국제사회도 심각성을 절감, 플라스틱 절감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오는 25일 부산에서 열리는 정부 간 협상에 이목이 쏠린다.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는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국제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채택하기로 결정, 올해 말까지 제정하기로 했다. 부산에서 열리는 이번 협상은 지난 2년간 네 차례의 정부 간 협상을 거쳐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정부 간 협상이다.
그레이엄 포브스(Graham Forbes)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이와 관련,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많은 국가 중 하나”라며 이제 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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