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엔화 가치가 내려가는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일본 내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중가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중가격제’는 같은 상품이라도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더 비싸게, 내국인에게는 더 싸게 돈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나가야마 히스노리 일본 료칸협회 부회장은 “싱가포르에서는 테마파크나 슈퍼마켓, 레스토랑 등에서 거주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방법으로 이중가격제를 운영한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은 돈을 더 내는 대신 패스트트랙이나 정중한 지원 등의 ‘좋은 불공정’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나가야마 부회장이 주장한 ‘이중가격제’는 일본 신분증 등 내국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면 호텔, 음식점, 관광지 등에서 할인을 해주는 방식이다. 실제 일본 JR그룹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판매하는 JK철도패스(7일권) 가격을 2만9650엔에서 5만엔으로 69% 인상했다.
자칫 외국인 차별로 비쳐질 수 있는 이중가격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현재 통화시장에서 엔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2506만6100명이 일본을 찾았다.
문제는 이들이 안그래도 높은 일본 물가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데,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었던 2022년 초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1000엔짜리 라면을 먹으려면 1만원 이상이 필요했다. 하지만 환율이 885원까지 내려온 지금은 8850원만 있으면 같은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은 엔화 환율과 관계없이 같은 비용을 내야 하기에 ‘저비용 관광객’이 끌어올린 수요가 자극한 물가를 일본인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다만, 이중가격제 도입시 내국인 물가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본의 주요 산업 중 하나인 관광 산업이 타격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 전체 일본 관광객 가운데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