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 늘어나는 소형가구를 위해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이 주말 아침 단잠에 빠져있던 서민 아파트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지난 10일 경기도 의정부시 소재 대봉그린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28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한 건설기준완화가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인허가를 받은 도시형 생활주택이 35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안전 점검이 요구된다.

▷No 스프링클러ㆍ인화성 외벽ㆍ다닥다닥 붙은 건물= 사고 직후 소방당국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 참사의 원인으로 1층에 주차된 오토바이 화재를 지목했지만, 화재 직후 스프링클러가 바로 작동했다면 이처럼 불이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88세대나 거주하는 1층 주차장에는 흔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1층 이상인 특정소방대상물의 경우엔 모든 층에 스프링클러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화재가 난 아파트는 10층짜리 건물이었다.

불에 잘 타는 인화성 외벽도 화재를 키우는 데 영향을 줬다. 대봉그린ㆍ드림타운 아파트의 외벽 마감은 ‘드라이비트공법’으로 열관리 효율이 높고 공사 비용이 절반 가량으로 싼 게 특징이다. 하지만 시멘트 외벽에 스티로폼과 비닐망사를 덧붙이고 20㎜~30㎜ 두께로 시멘트 모르타르 등을 뿌려 주는 방식 탓에 불이 붙으면 크게 번질 뿐 아니라 유독가스도 뿜어낸다. 현행법은 내부 마감재는 불연성 또는 난연성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외벽 마감재에 대한 규정은 없다.

건물간 간격이 좁아 불길이 바로 옆 1.6m 간격을 두고 위치한 드림타운으로 쉽게 옮겨붙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드림타운에도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바로 옆에 위치한 해뜨는마을의 경우 불이 옮겨붙었지만 내부에 설치된 스프링클러가 작동돼 큰 참사를 막았다.

▷서민가구 위한 ‘도시형생활주택’... 서민 안전은 외면=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가 20대~30대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공급하기 위해 도입됐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 따르면 화재피해가 컸던 88가구 규모의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는 ‘아파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24㎡ 안팎의 원룸형주택이다. 대봉그린아파트의 경우 지난 2011년 9월 도시형생활주택으로 허가받은 후 2012년 사용승인을 받았다. 대봉그린아파트의 경우 월세가 35만 원~40만 원 정도로 저렴해 거주민의 80% 가량은 20대~30대 직장인과 학생들이며 피해자 중에도 젊은 여성이 상당수였다.

하지만 싼 값에 공급이 이뤄진 탓에 건물 간 거리, 안전설비 설치 등 각종 규제에서 면제 대상이다. 상업지역 내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일조권 적용을 배제해 건물간격이 50㎝ 이상만 되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대봉그린아파트와 드림타운아파트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은 탓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초기 진압이 어려웠다.

현재 전국적으로 지난 해까지 인ㆍ허가를 받은 도시형생활주택은 35만 가구에 이른다. 특히 서민 인구가 많고 교통이 복잡한 서울 지역에 밀집돼있어 작은 사고가 큰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