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아파트 1층 주차장 4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근 건물 주민 128명이 죽거나 다쳤다?’
10일 발생한 경기도 의정부시 아파트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불이 시작됐지만, 삽시간에 인근 건물로 화재가 확산되며 4명이 죽고, 1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 재난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불이 날 당시 3개 아파트 주민이 170명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인명피해가 너무 컸다.
1층 주차장에서 난 불이 이 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1층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들이 화재로 폭발하면서 불길과 연기가 급속도로 상층부와 인근 건물로 퍼져나갔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1층 필로티(벽면이 없이 기둥으로만 지탱하는 공간)에 주차된 4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길이 주변차량으로 옮겨붙자 연쇄 폭발이 발생해 ‘불쑤시개’ 역할을 함 셈이다.
또한 건물 외벽에 방염 처리가 안돼 있어 불길이 삽시간에 번졌고, 스프링쿨러와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아 사상자가 100여명까지 불어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여기에다 좁은 소방도로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고, 건물 뒷편이 지하철 1호선 선로여서 소방차 접근이 쉽지 않아 화재 초기 진압에도 실패했다.
의정부동 대봉그린아파트 지상 1층에서 불이 났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오전 9시 27분. 소방당국은 6분 만인 33분에 현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 꼭대기 층인 10층으로 번지고 인접한 10층ㆍ15층 아파트 2동과 5층 숙박업소 건물, 단독주택 등으로 옮겨 붙어 피해 규모가 커졌다.
▶필로티 주차된 차량이 ‘불쑤시개’ 역할=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5분께 불이 난 경기도 의정부시 대봉그린아파트 1층 주차장의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김모(53)씨의 4륜 오토바이에서 불이 처음 시작됐다.
4륜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주차된 차량과 우편함으로 번진 후 삽시간에 건물 상층부로 퍼져 나가 인명 피해가 급격히 커졌다.
CCTV에는 김모씨가 오토바이를 1분여 동안 만지고서 사라진 뒤 1분 정도가 지나 갑자기 불이 나는 장면이 담겼다.
그러나 누군가 불을 붙이거나 오토바이를 다시 만지거나 하는 장면은 없었다.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은 1층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들로 순식간에 번져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이때 CCTV는 끊겼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이 화재가 난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1층 주차장에서 불길과 연기가 무섭게 치솟고 번지는 상황이었다.
특히 사고발생 시점이 토요일 아침이라 주차된 차량이 평일보다 많았기 때문에 대규모 폭발로 이어졌다.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처음 최초 화재가 발생할 당시에는 작은 화재 수준이었지만, 10~15분쯤 지나면서 주차된 자동차에 불이 옮겨 붙자 연쇄 폭발이 일어나며 불길이 커졌다.
차량 폭발로 커진 불길이 1층 주차장과 현관 입구 등으로 옮겨 붙었고 자욱한 연기가 위로 퍼져 올라갔다. 당시 강한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확산됐다. 연기와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건물 상층부로 옮겨붙었다.
불은 1층에서 10층으로, 인근 건물들로 삽시간에 번졌다. 건물 간 거리가 1∼2m밖에 안돼 불길이 빠른 시간에 번진 것이다.
불이 1층에서 발생, 불길과 유독 연기가 복도 계단을 타고 바로 위쪽으로 퍼져 올라가 주민들이 1층 출구로 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방염처리 안된 ‘외벽’타고 불길 삽시간에 번져=건물 구조도 불길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건물 외벽을 타고 상층부로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건물은 ‘드라이비트’라는 내부에 스티로폼이 들어 있는 단열재로 마감 처리됐다.
이 소재는 값이 싸고 시공이 간편해 많이 사용되지만 불에 약한 것이 문제라고 방재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때문에 방염 난연 외장재 처리 시공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불이 난 건물은 1층이 주차장, 2층 이상이 주거시설인 필라형 구조로 1층에서 불이 나면 아래층으로 나오지 못한다.
주차장도 건물 2채 주민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여기에다 아파트 건물 구조가 한 층에 10가구 가량의 원룸 형태로 돼 있어 신속한 대피도 어려웠다.
건물에 있던 일부 주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벽을 타고 내려와야 했다.
저층 주민들은 창문을 통해 옆 건물 베란다 등으로 뛰어내리다 다치기도 했다.
상층부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손수건을 흔들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려야만 했다.
복도에 연기가 가득 차 현관으로 나오지 못하고 집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주민도 상당수 있었다.
▶"화재경보ㆍ대피 방송 없었다"=불이 난 뒤에도 화재 경보가 울리거나 대피 방송이 나오지 않아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
화재로 연기를 마셔 의정부의료원에서 치료 중인 20여 명의 주민은 화재 당시 “화재경보나 대피 방송이 없었다”고 밝혔다.
7층에 거주하는 윤모(35)씨는 “현관으로 연기가 들어와 불이 난줄 알았다”면서“화재 경보는 물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전처 관계자는 그러나 “소방본부 조사 결과 경보음을 듣고 화재를 인지해 피했다는 주민 진술이 다수 있는데다 소방설비 제어반의 스위치가 ‘정상’ 위치에 있었고 소화전도 제대로 작동하는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경보설비는 정상작동한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에 화재가 난 오피스텔 아파트와 인접 건물은 모두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는 불이 난 대봉그린아파트(오피스텔)와 바로 옆(왼쪽) 드림타운은 모두 10층 건물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아파트는 11층 이상일 경우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소방차 진입 어려워 초기 진화 실패=소방당국은 신고 6분 만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소방당국은 좁은 소방도로에 차량들이 주차돼 있고 건물 뒷편이 지하철 1호선 선로여서 접근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불이 1층 주차장에 있던 차량에 옮겨붙어 유독가스를 머금은 연기가 급속히 확산, 불길을 잡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한편, 경찰은 128 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아파트 화재의 최초 발화지가 1층 우편함 옆에 있던 4륜 오토바이로 드러나자 12일 합동 감식을 실시키로 했다. 또 화재로 부상당한 오토바이 소유주 김모씨를 상대로 오토바이에서 불이 난 원인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유주인 김모씨 역시 이날 화재로 부상해 인근 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조사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김씨는 이 아파트를 사무실로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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