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택시기사 92세…평균연령은 64.6세

서울시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50.39%

운전 미숙 더불어 디지털 기기 조작 능력 저하

자격검사, 건강 적성검사 치러도 변별력 없어

전문가 “차량 사고 방지 장치 마련해야”

서울 택시기사 평균연령 65세…‘고령 택시’도 사회문제로[면허증 전쟁]
서울 택시기사 평균연령 65세…‘고령 택시’도 사회문제로[면허증 전쟁]
65세 이상 택시기사가 말 그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기면서 ‘운전대 잡을 자격’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역 택시승강장에 개인택시들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최근 서울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탄 이 모씨는 80세 택시기사를 만났다. 택시기사분은 6·25전쟁 때 풀뿌리를 캐먹고 연명했고, 형제가 13명이었으며, 그 역시 5명의 자녀를 뒀다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했다. 이 씨가 ‘여든의 나이에 왜 아직도 일하시냐’고 물어보니 기사는 “증손주들 용돈 줘야해서 소일거리한다”고 답했다.

65세 이상 택시기사의 수가 전체 택시기사의 절반에 육박하면서 택시 안전에 불안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반사업자로 분류되는 개인택시의 면허를 고령을 이유로 제한할 수 없는 데다, 개당 9000만원 가량이나 되는 ‘번호판(개인택시 운송사업 면허)’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들여 고령택시를 없애는 것도 쉽지않은 실정이다.

19일 서울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국내 최고령 택시기사는 92세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남성 기사 2명은 92세이며, 법인택시 기사중에도 87세(남)의 고령운전자가 있다.

서울시의 경우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연령은 64.6세, 법인택시 기사 평균연령은 63.1세다. 65세 이상 택시기사(법인 및 개인) 비중은 전체의 50.3%로 말 그대로 절반을 넘겼다. 60세 이상으로 고령운전자의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73.3%를 차지한다. 50세 이상은 91.1%으로 40대 이하 기사는 열 명 중 한 명도 안된다. 75세 이상의 초고령 택시 운전자 수도 4912명이었다.

전국의 택시기사로 따져봤을 때도 절반에 육박하는 45%(10만7947명)가 65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선 개인 택시 기사가 8만495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국 개인택시기사는 총 16만4338명인데 개인택시의 고령 운전기사 비중은 52%에 달한다.

서울 택시기사 평균연령 65세…‘고령 택시’도 사회문제로[면허증 전쟁]
서울 택시기사 평균연령 65세

택시기사 평균 연령이 높아지면서 택시 호출·목적지 안내 등에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직장인 김모 씨는 “얼마 전 카카오 택시를 불렀는데 택시를 타고 나서 10분간 도로에 멈춰 있었다”며 “알고보니 이날 처음 운행에 나선 70대 기사님이었다. 기기 작동 방법을 몰라서 우물쭈물하다 뒤에서 차들이 경적을 울리니 식은땀을 흘리며 어쩔 줄 몰라하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 기사’들이 크게 증가한 데는 최고 2억원을 호가하는 개인택시 번호판(개인택시 사업면허) 가격이 한 몫 한다. 현재 서울에 등록된 개인택시 면허의 시장 가격은 9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일부 지방의 경우에는 1억~2억원까지도 가격대가 형성된다.

퇴직금을 투자해 일정 기간 동안 개인택시를 운영해 현금 소득을 올리다가 그만둘 때 면허 양수자에게 면허증을 팔아 투자금을 회수, 노후자금으로 삼는 식이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고령운전자 택시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다만 지자체가 책정한 택시 면허 반납 보상금은 2300만원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택시 사업 면허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제대로 된 반납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

또 정부는 택시기사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종사자에 대해 운전적성 정밀검사(자격 유지검사)를 통해 고령 기사들이 계속 운전할 자격이 되는지를 점검하고는 있지만 합격률(적합 판정)이 98.7%(2023년 기준)나 된다. ‘필터링’이 제대로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부적합 판정을 받아도 면허 반납을 강제할 순 없다.

게다가 택시기사의 자격 유지검사는 2019년부터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됐는데, 유지검사는 3년(65세~69세) , 1년(70세 이상)마다 봐야 하는데 반해 적성검사는 5년(65세 이상), 3년(75세 이상)마다 치르면 돼 기준이 더 내려간 측면이 있다.

한편, 근무시간을 개인 재량에 맞춰 운행할 수 있는 탓에 고령의 개인택시 기사들 대부분이 낮 근무를 선호한다. 밤에는 노안으로 운전이 힘들고 체력적인 부담이 커 기피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택시기사 고령화가 시대의 현상으로 나타난만큼 사고 방지를 위한 장치들이 택시에 적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요즘 나오는 신차들에 사고를 최대한 방지할 수 있도록 많은 안전장치 및 기술들이 탑재돼 있다. 일정 기능·기술 요건을 충족한 자동차를 택시로 몰도록 하고, 이 기준에 못 미치면 유류세 등 세금감면 인센티브를 빼앗는 접근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기능을 개선하는 비용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이득이 없다고 판단한 기사는 조건을 갖출 수 있는 다른 양수자에게 넘기게 될테고, 그렇게 선순환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