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금의 오스트리아-독일 접경지대 작은 영주에서 시작해, 이웃 공국과의 결혼동맹, 점진적 영토확장을 통해 세력을 키워온 합스부르크가(家)는 여러 나라의 눈치작전 속에, 가장 약한 공국의 왕을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옹립하는 분위기에서 얼떨결에 황제로 추대되면서 일약 유럽을 지배하는 왕가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약한 공국이라 황제가 되더라도 지배하려 들지 않겠지’ 하는 마음에 추대했지만, 정작 합스부르크 왕가는 황제 등극을 계기로 유럽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왕가의 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잡았고, 13세기 부터 왕궁을 단계적으로 건설해 650년간 유럽을 지배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이 왕궁이 바로 호프부르크 왕궁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흥망성쇠, 미술과 음악을 사랑했던 예술친화적인 족적들이 아로새겨져 있다.
호프부르크 왕궁은 800년 전부터 점차 확장해, 현재 전체 면적 30만㎡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큰 궁전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제국의 기운이 다해갈 무렵인 20세기초 호프부르크 왕궁 구역에 신왕궁(노이에 부르크)을 건설했다는 점이다. 과거의 영광을 부활시키려는 의지의 몸부림이었을 것이다. 신왕궁은 합스부르크 제국 말기의 통치와 거주 거점으로 기능했다.
호프부르크 신왕궁은 지난해 12월 음성가이드 론칭 시점 핵심 해설언어 중 하나로 한국어를 채택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숨은 이야기를 만나는 ‘하우스 오브 합스부르크(House of Habsburg)’ 투어를 한국어로 편하게 감상하게 된 것이다.
현재는 신왕궁의 일부가 여러 박물관과 국립도서관의 일부로 쓰이고 있으며, 이번 ‘하우스 오브 합스부르크 투어’에서는 궁정 수렵 무기고와 고악기 컬렉션을 비롯해, 황후 엘리자벳을 위해 만들어진 방과 복도를 둘러볼 수 있다.
특히, 이 공간은 1898년 황후 엘리자벳이 암살된 바람에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채 유지되어 더욱 의미가 있는 곳이다.
한국어 설명을 들으며 합스부르크 대제국 몰락의 시기, 마지막 빛과 같았던 호프부르크 신왕궁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감상하고, 중세 후기에 흥했던 합스부르크가의 시조부터 19세기 말 프란츠-요제프 1세와 엘리자벳에 이르는 왕족에 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모차르트가 연주한 포르테 피아노와 요제프 하이든의 정교한 밀랍인형을 비롯해 역사의 증인인 다양한 전시물을 볼 수 있어 합스부르크가의 650년 승리와 비극을 음미한다.
수집된 고악기를 사용한 콘서트도 진행되어 관람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공연 일정은 2024년 3월 24일, 6월 16일, 10월 31일 11시부터이며, 무료이다. 신왕궁 구역은 민족학 박물관인 비엔나 세계박물관과 연결돼 있다.
호프부르크 왕궁 시시 박물관에서는 뮤지컬로 유명한 황후 엘리자벳의 생활 공간을 엿본다. 시시 박물관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황제의 아파트와 궁정에는 식기 컬렉션 공간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마와 기수들이 기술을 연마 중인 스페인 승마학교를 비롯해, 합스부르크 왕가가 전세계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소장하는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도 이 곳에 위치해 있다.
여기에 더해,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바로크 양식의 도서관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국립 도서관 프룬크자알도 이 왕궁 경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