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연일 이스라엘 강경정책 직접 비판
이스라엘 지지에 등돌리는 美 유권자 의식
여론조사 접전 속 열세…부정적 민심 부담 불가피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그들(이스라엘)은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일 공개석상에서 이스라엘과 베나민 네타냐후 총리를 저격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도 남지 않은 차기 미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쉽지 않은 재선 레이스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의 ‘무조건적인 이스라엘 지지’에 반감을 표시하는 유권자들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유대교 명절 하누카 리셉션에서 “이스라엘이 부정적인 국제 여론을 의식해야한다”고 지적한데 이어 다음날 열린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도 “네타냐후 총리가 강경 정책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가자지구 내 심각한 민간인 희생에도 군사작전을 밀어붙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쓴소리로, 이스라엘의 가장 강력한 미국의 공개 비판은 매우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갑작스런 ‘톤’ 변화에는 국내 정치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관련한 미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갖고 있고, 이것이 재선 도전을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미 CBS의 여론조사 결과 미 유권자의 61%가 바이든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지지한다’는 39%에 그쳤다. 대이스라엘 정책을 반대한다는 응답은 18~29세에서 50%, 30~44세에서 68%, 45~64세에서 63%, 65세 이상에서 60% 등 전연령에서 높게 나타났다.
존 햄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미국인들에게 매우 감정적 문제이고, 많은이 들이 이스라엘에 공감한다”면서 “하지만 대학가, 혹은 진보적 시민들이 밀집된 지역에서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불가피했다는 여론이 있고, 이 같은 지역은 대부분 민주당이 지역구인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단순한 표심 이탈이 아닌 ‘지지기반’의 상실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위협에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내년 대선이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하마스 전쟁을 포함한 모든 이슈에 대한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가 ‘이·하마스 전쟁’이 지지후보 선택을 가르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라고 꼽았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낙태(19%)나 이민(13%) 등 다른 굵직한 이슈들과 비교하면 작지만, 이·하마스 전쟁이 새로운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5%의 의미는 크다”고 짚었다.
지난 12일 로이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상 양자대결서 각각 36%, 38%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
대선의 향배를 가를 이른바 ‘경합주’에서도 이·하마스 전쟁 대응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 지난 11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과 조지아주에서 35세미만 젊은 유권자의 절반 가량이 ‘미국이 이·하마스 전쟁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에마 에슈퍼드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불만을 품은 젊은 유권자들이 집에 머무르거나, 아랍계 미국인 인구가 많은 미시간주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면 바이든에게 위험이 된다”면서 “다만 이 같은 보이콧은 더 친이스라엘적인 공화당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분명 잠재적 딜레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