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ELS 판매 사례별 전수조사
銀 상품 만기연장 거론…자본시장법 위반 소지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 상반기 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편입 파생상품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가린다. 각 사례별로 불완전판매의 명확성을 입증할 경우에만 피해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만기 연장은 자본시장법상 문제 소지가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H지수편입 ELS 판매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을 포함해 은행권의 파생상품 판매 건수의 사실관계를 하나씩 뜯어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수조사의 척도는 2021년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이를 어디까지 어겼는지 살펴보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판매 사례를 하나씩 일일히 살펴보고 불완전판매의 정도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LS 상품이 이전 사모펀드나 파생상품보다 구조가 간단한건 맞지만 간단·복잡 여부를 떠나 고객에 얼마나 적합하게 판매했는지가 핵심”이라며 “금소법에 어디까지 걸리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례별 전수조사의 관건은 녹취 확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상품 내용과 계약사항을 설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판매직원의 육성으로 인정할지 여부도 고려해야 할 쟁점이다.
전수조사가 끝나면 손해배상 기준을 만드는 안이 유력하다. 지난 2019년 불거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에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금융당국과 손해배상 기준안을 마련해 자율배상을 실시했다. 반면 라임펀드 투자손실 사건 때에는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가동해 펀드 투자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을 65~78%로 결정했다. 사안별 불완전판매 여부가 입증돼야 자율배상, 또는 분조위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H지수편입 ELS 상품이 고액 자산가가 아닌 일반 고령 고객들에 15조원 넘게 팔린 만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앞서 은행권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원장은 전날 “연내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하려고 노력 중인데, 일부 민원이나 분쟁 조정 예상 상황들이 있다”며 “(금융사와 소비자간) 어떤 책임 분담 기준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 되고 있는 ‘ELS 상품 만기 연장’은 자본시장법상 문제 소지가 있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가입자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방법으로 최장 5년의 만기연장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기연장을 통해 손실을 보전해준다면 자본시장법상 문제가 된다”며 “또 불완전판매가 명확한 투자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보상을 받고싶어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