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대비 체계적 준비여력없어
과세특례 구간 확대·연납 연장 등
중기중앙회, 지원법 필요성 호소
세수증대·책임경영 강화 효과도
“기업승계는 국가 미래를 위해 장기적 관점으로 봐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애써 일궈온 기업의 문을 닫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야 할 판이다.”(중소기업 2세 경영인)
일본은 기업승계 후계자 부재 문제로 폐업하는 기업이 급증하자 2018년 사업승계 특례조치를 도입, 기업 승계 시 회사를 매각하거나 폐업 전까지 상속·증여세를 전액 유예·면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증여세 부담 때문에 승계 대신 폐업을 택해야 할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기업처럼 체계적으로 승계 작업을 준비할 여력도 없고,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에 중소기업계도 국회에 호소하고 나섰다. 국회에 계류 중인 ‘중소기업 승계지원 법안’의 조속한 원안 통과를 촉구하며, 폐업 대신 장수기업을 택하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송치영 중기중앙회 기업승계활성화위원장, 송공석 한국욕실자재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 중소기업 2세 경영인을 대표해 심재우 삼정가스공업 경영기획본부장, 여상훈 빅드림 경영혁신실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올해 9월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저율과세 구간을 확대하고, 과세특례 연부연납 기간을 최대 20년으로 늘리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르면 30일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세제완화 효과가 불확실한 ‘부의 대물림’이란 야당의 반발 속에 21대 마지막 정기국회 내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봉착했다.
송치영 위원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중소기업 52.6%가 기업승계를 하지 않을 경우, 폐업이나 매각을 고려하고 있다. 폐업·매각 시에 고용은 보장될 수 없다”며 “기업승계가 불발돼 폐업으로 이어지면 약 57만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게 되고, 손실 매출액이 1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원활한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가경제와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승계 지원이 세수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송치영 위원장은 “기업의 업력이 오래될수록 법인세 납부액이 증가한다. 업력 30년 이상 기업은 10년 미만에 비해 법인세 납부액이 32배나 많다”며 “법인세는 기업영속에 따른 지속가능한 세수이지만, 상속·증여세는 일시적인 세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즉, 상속·증여세 감소에 따른 세수 감소보다 기업 장기 존속에 따른 법인세 납부액 증가가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기업승계를 통해 장수 중소기업이 증가한다면 법인세가 늘어나 전체 세수는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기업승계 지원세제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계는 증여세 과세특례 저율과세 구간을 현재보다 확대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 제도에선 가업승계 재산가액이 60억원을 초과하면 20%의 세율이 적용된다. 최저세율인 10%가 적용되는 건 60억원 이하일 경우다. 이를 300억원 이하로 최저세율(10%) 적용 범위를 확대해달라는 요구다.
증여세 과세특례는 경영자가 생전에 기업을 승계할 수 있도록 돕는 세제 방식이다. 후계 경영인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 경영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송치영 위원장은 계획적 승계를 위한 증여세 과세특례는 세금을 내고 책임경영을 다짐하는 것과 같다고도 말했다. 제도를 완화해 준다면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어나 오히려 세수 확보에도 도움이 되고, 안정적인 승계 경영도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는 “증여세 과세특례를 받지 않고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가업재산은 최대 600억 한도로 공제된다”며 “하지만 증여세 과세특례는 가업상속공제와 달리 과세가 된다. 후계자는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받아 세금을 내고 책임있는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중소기업계는 증여세 과세특례 연부연납(장시간에 걸쳐 나눠 납부하는 방식) 기간을 현 5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하고, 승계된 기업의 사후관리에서 업종변경 제한 요건을 현재 ‘중부류 내 변경 가능’에서 ‘대부류 내 변경가능’으로 완화해달라는 입장이다.
송치영 위원장은 “지금이 중소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우리경제의 골든타임인 만큼 21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기업승계 지원법안이 꼭 통과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도 “현행 기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낮은 저율과세 한도, 짧은 연부연납 기간으로 중소기업의 세부담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승계기업의 업종변경 제한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제한하는 요건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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