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상속세 건드릴 때 돼”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 한국의 상속세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고 수준에 달해 국내 기업에 가혹하다는 지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상속세 제도를 손볼 시점이 됐다고 언급해 주목된다.
최근 삼성 대주주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어치를 처분해 국내 높은 상속세율이 또다시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도 지분을 처분하면서까지 상속세를 부담할 정도여서 다른 기업들이 체감할 상속세 고통은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상속세가 부의 대물림을 방지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오히려 징벌적 수준의 세율에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관련 질의에 “상속세 체제를 한 번 건드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상속세가 제일 높은 국가이고, 38개국 중 14개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며 (OECD 상속세) 평균이 26%로 전반적으로 이걸 낮춰야 되는데, 우리는 이 문제를 꺼내면 여전히 거부감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다 경영권 승계 시 20% 할증까지 돼 실제 기업 상속세율은 60%에 이른다. OECD 국가 최고다. OECD 37국 가운데 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 15국은 상속세가 아예 없고, 스위스 등 4국은 직계비속에 대해 상속세를 비과세한다.
추 부총리는 “상속세가 이중과세 문제 등이 많은데, 국민 정서 한쪽에는 부의 대물림 등에 대한 저항이 많다”며 “국회에서 개편안을 본격적으로 내주면 정부도 적극 뒷받침하면서 논의에 적극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국내 상속세율 손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국회에서 제도 개편 움직임이 먼지 시작되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삼성의 오너일가는 2020년 이건희 선대회장 별세로 총 12조원의 상속세가 부과된 이후 대출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5년에 걸쳐 세금을 분납하고 있다. 지난 5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각각 삼성전자 지분 0.32%, 0.04%, 0.14% 매각을 위해 하나은행과 주식 처분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지금까지 대출과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약 6조원을 냈고, 6조원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중소기업들은 상속세에 더욱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설립 30년 넘는 중소기업의 81%가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폐업·매각을 고려한다고 했다.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회사를 팔지 않으면 엄청난 상속세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글로벌리서치와 공동으로 실시한 ‘상속세제에 대한 3040 최고경영자(CEO) 인식조사’에서도 전체 140명 응답자의 85%는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 43.6%는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세 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응답자의 41.4%는 ‘상속세를 OECD 평균 수준으로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
killpa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