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신발 물가 10월까지 전년누계비 7.1%
1988년~1990년 이후 전례 없는 현상 재현
소비자 심리 급속 위축, 내수 악영향 우려
의류 및 신발 물가 상승률이 10월까지 전년누계비로 벌써 7%를 돌파했다. 의류·신발 물가 연간 상승률이 이보다 높았던 적은 1988년, 1989년, 1990년 밖에 없다. 올림픽이 끝나고 대한민국 경제가 최고 성장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먹거리 물가는 물론 의류·신발 등 대표적인 쇼핑 품목도 인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나온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감소가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소비 지표는 이미 주춤하고 있고, 카드승인실적도 증가세가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자 심리도 위축하고 있다.
7일 국가통계포털(KOSIS) ‘지출목적별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물가는 10월까지 전년누계비로 7.1% 상승했다. 누계비는 특정 기간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수치다. 올해 들어 의류·신발 누계비 물가는 4월까지 6% 수준을 유지했으나, 5월부터 상승률이 더해지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11월과 12월도 추세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연간으로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이 7% 이상을 기록한 시기는 1988년(8.0%), 1989년(13.1%), 1990년(9.8%) 밖에 없다. 약 30년만에 처음 보는 물가 상승세가 의류 및 신발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8.1% 상승했다. 1992년 5월(8.3%) 이후 3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의류·신발에 포함되는 25개 품목 물가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상승했다. 티셔츠(14.3%), 여자 하의(13.7%), 원피스(13.7%), 유아동복(13.7%), 청바지(11.8%), 남자 하의(10.9%) 등은 두 자릿수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장갑과 운동화도 각각 17.3%, 7.8% 증가했다.
무엇보다 의식주 물가가 모두 올랐다.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집값이 조정되고 있음에도 월세 누계비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증가폭은 0.7%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면서 소비 침체가 우려된다. 특히 의류 및 신발 등 대표적인 재화 판매 물가가 급속도로 뛰면서 내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징조는 나타났다.
9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에서 판매가 늘어 전월보다 0.2% 늘었지만, 기저효과를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7월(-3.2%)과 8월(-0.3%) 이미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작년 동월대비로는 의복 등 준내구재(-7.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2.9%)의 판매가 줄어 1.9%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화 부문 소비는 여전히 주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드 사용액 추이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29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분기별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5.1%, 4분기 8.4%, 올해 1분기 11.5% 등을 기록하다 2분기 4.1%로 뚝 떨어진 뒤 3분기 2.4%까지 낮아졌다.
소비자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으로 물가 집중 관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기재부 물가정책과 산하에 물가안정현장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부처가 현장 물가 점검에 나선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현장에서부터 물가를 관리하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언 이후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나마 고금리에 대한 공포심이 한풀 엷어졌지만 심상치 않은 물가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