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신발 물가 10월까지 전년누계비 7.1%

1988년~1990년 이후 전례 없는 현상 재현

소비자 심리 급속 위축, 내수 악영향 우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근 이상기온이 겹치며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는 식품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주요 G5국과 비교해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취약계층이 부담이 가중된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의류. [연합]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 지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했다. 원유와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최근 이상기온이 겹치며 과일·채소류 등의 가격이 오른 영향이다. 코로나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는 식품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주요 G5국과 비교해 상승 폭이 가장 높았다. 엥겔지수가 높을수록 취약계층이 부담이 가중된다. 사진은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의류. [연합]

의류 및 신발 물가 상승률이 10월까지 전년누계비로 벌써 7%를 돌파했다. 의류·신발 물가 연간 상승률이 이보다 높았던 적은 1988년, 1989년, 1990년 밖에 없다. 올림픽이 끝나고 대한민국 경제가 최고 성장기를 구가하던 시절이다.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

먹거리 물가는 물론 의류·신발 등 대표적인 쇼핑 품목도 인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하면서 내수 침체 우려가 나온다.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비감소가 이미 시작됐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로 소비 지표는 이미 주춤하고 있고, 카드승인실적도 증가세가 감소하는 추세다. 소비자 심리도 위축하고 있다.

7일 국가통계포털(KOSIS) ‘지출목적별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의류 및 신발 물가는 10월까지 전년누계비로 7.1% 상승했다. 누계비는 특정 기간을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수치다. 올해 들어 의류·신발 누계비 물가는 4월까지 6% 수준을 유지했으나, 5월부터 상승률이 더해지기 시작해 지난달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11월과 12월도 추세적으로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연간 물가 상승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연간으로 의류·신발 물가 상승률이 7% 이상을 기록한 시기는 1988년(8.0%), 1989년(13.1%), 1990년(9.8%) 밖에 없다. 약 30년만에 처음 보는 물가 상승세가 의류 및 신발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전년동월비로 보면 8.1% 상승했다. 1992년 5월(8.3%) 이후 3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의류·신발에 포함되는 25개 품목 물가 모두 지난해 같은 달보다 상승했다. 티셔츠(14.3%), 여자 하의(13.7%), 원피스(13.7%), 유아동복(13.7%), 청바지(11.8%), 남자 하의(10.9%) 등은 두 자릿수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장갑과 운동화도 각각 17.3%, 7.8% 증가했다.

무엇보다 의식주 물가가 모두 올랐다. 올해 1∼10월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 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 상승했다. 이대로라면 3년 연속 5%를 넘기게 된다. 2009∼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집값이 조정되고 있음에도 월세 누계비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증가폭은 0.7% 수준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속하면서 소비 침체가 우려된다. 특히 의류 및 신발 등 대표적인 재화 판매 물가가 급속도로 뛰면서 내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징조는 나타났다.

9월 소매 판매는 음식료품과 화장품 등에서 판매가 늘어 전월보다 0.2% 늘었지만, 기저효과를 상쇄하는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7월(-3.2%)과 8월(-0.3%) 이미 두 달 연속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작년 동월대비로는 의복 등 준내구재(-7.9%)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2.9%)의 판매가 줄어 1.9%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화 부문 소비는 여전히 주춤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카드 사용액 추이도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의 카드승인실적 분석에 따르면 3분기 전체카드 승인금액은 292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분기별 카드 승인금액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15.1%, 4분기 8.4%, 올해 1분기 11.5% 등을 기록하다 2분기 4.1%로 뚝 떨어진 뒤 3분기 2.4%까지 낮아졌다.

소비자 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했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으로 물가 집중 관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기재부 물가정책과 산하에 물가안정현장대응팀을 신설하는 등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부처가 현장 물가 점검에 나선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모든 부처가 현장에서부터 물가를 관리하는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즉시 가동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발언 이후 금리 인상 종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그나마 고금리에 대한 공포심이 한풀 엷어졌지만 심상치 않은 물가가 한국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