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타운홀 미팅서 생생한 서민 호소 경청
카카오택시·은행 독과점에 “부도덕·갑질”
국회 시정연설 땐 야당의원에 먼저 악수
이재명과도 대화 나누고 국회 협조 구해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현장 소통’을 강조하며 ‘민생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스스로 ‘소통 부족’과 ‘반성’을 언급하고, 변화된 국정운영 기조를 현장 행보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눈에 띄는 점은 부쩍 늘어난 민생 행보와 대야 관계 재설정 시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소상공인, 택시기사, 회사원, 장거리 통학자 등 각계각층의 참석자들이 토로한 민생고를 경청했다.
서민들의 고충 호소를 들은 윤 대통령은 곧바로 함께 참석한 국무위원들에게 대책 마련을 주문키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유가 부담 ▷은행 이자 부담 ▷자영업자들의 경영 애로 ▷전세 주거비 ▷동절기 에너지바우처 ▷교통비 ▷기초생계급여 ▷고효율기기 교체 등 다양한 분야의 고충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은 특히, 카카오택시를 겨냥해서는 “매우 부도덕”, 은행들을 향해서는 “갑질”이라는 강한 표현을 써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실 참모들의 민생 현장 소통결과를 전하며 “은행 종노릇”이라는 표현을 쓴데 이은 것이다. 국무위원들에게는 “반드시 제재해야 된다”며 “조치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달 19일에는 충북 청주를 찾아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주재하는가 하면, 같은 달 26일에는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경북 안동서 유림 간담회와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고, 이틀 후인 29일에는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추도 예배에 참석했다.
야당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거론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던 그간 행보와 달리 낮은 자세로 먼저 야당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 입·퇴장시 고개를 돌리고 있는 야당의원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거나 인사를 하는가 하면, 연설문 곳곳에서 국회의 협조를 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도 입·퇴장때 모두 악수를 나눴다. 연설문 초반에는 여야 순으로 부르던 관례를 깨고 “함께해주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며 야당 대표를 먼저 호명키도 했다.
시정연설 전 사전환담에서 이 대표와 사실상 처음으로 마주 앉으며, 연설 후 국회 사랑채에서 진행된 국회 상임위원장단 오찬에서도 협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저도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소통과 스킨십 강화 자체가 엄청나게 큰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지지율 상승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는 행보와 워딩 중심으로 (국정운영 기조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데, 구체화되는 핵심 수단 중의 하나가 인사와 대야관계”라며 “국민 여론과 총선 전망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서 윤 대통령이 좀 더 전향적으로 바뀔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