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인재 비자 10년간 3만8000명 획득

외국인 석박사들 유학왔다 창업까지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창업 지원금도

지난 12일 열린 일본 농업 위크에서 중국인 유학생 출신 창업가 우덕상 씨가 자신이 창업한 마라나타의 핵심 사업인 그린 스마트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라나타 제공]
지난 12일 열린 일본 농업 위크에서 중국인 유학생 출신 창업가 우덕상 씨가 자신이 창업한 마라나타의 핵심 사업인 그린 스마트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라나타 제공]

#. 지난 12일 일본 최대 농업 박람회 농업 위크가 한창인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 전시장. 전시장 한복판 ‘딸기 덩쿨’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수직으로 세운 철제 프레임에 딸기를 감아 덩쿨 식물 재배 효율을 높인 스타트업 마라나타(Maranatha)의 혁신 농법을 구경하기 위해서다. 60여곳이 넘는 기업 관계자가 기술 시찰과 사업 논의를 위해 마라나타의 부스를 찾았다. 농업 위크 ‘핫플레이스’인 마라나타는 중국인 유학생 출신 창업가 우덕상(34)씨와 일본, 말레이시아 직원으로 구성된 다국적 기업이다.

일본이 동남아 글로벌 고급 인재 블랙홀 자리를 노리고 있다. 유학생이 일본에 취업해 살 수 있도록 각종 지원 사업을 늘리고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능력 있는 외국 인재에게는 창업 지원금까지 쥐어주며 일본에 눌러앉을 수 있도록 유혹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경쟁 시대, 고급 인재인 유학생을 일본의 미래 인재로 포섭시키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시장님이 마스크 벗고 시식...감동 받았다”=마라나타를 창업한 우씨는 중국인이다. 2011년 후쿠이 대학교로 1년 유학을 왔던 것이 계기가 돼 12년째 일본에 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사업가로 변신,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우씨의 창업 소식을 눈여겨 본 것은 다름 아닌 스즈키 야스모토 당시 하마마쓰시 시장이었다. 수직 재배로 길러낸 딸기를 들고 시장실을 찾자 스즈키 시장이 마스크를 벗고 딸기를 한입 베어물었다. 우씨는 “코로나19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고 먹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직접 먹고 ‘맛있네요’라고 말해 감동받았다”고 회상했다. 시청은 직접 우씨가 받을 수 있는 여러 지원 사업을 소개했다.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진흥과에 창업 소식을 알리자 농업 관계부서와 연결해줬다. 우씨는 시의 소개로 200만엔(한화 약 1800만원) 상당의 지원금도 받았다. 필요한 것은 회사 창업 및 운영 방식, 사업 아이템, 사회 환원 방법을 담은 계획서와 면접이었다. 멘토가 붙어 면접 ‘꿀팁’도 전수했다. 창업 과정에서 마주치는 행정적인 문제를 일대일로 물어볼 수 있어 창업 후 사업을 안착시키는 기간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었다.

우씨처럼 일본에 유학을 왔다 정주하는 외국인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학생지원기구(JASSO)에 따르면 2012년 3만 9641명이었던 일본 내 대학원 유학생 수는 지난해 5만 3122명으로 10년 사이 34% 늘었다. 학부생 대비 대학원생 비중은 같은 기간 56%에서 74%로 상승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기간 전체 유학생 수가 8만 6878명에서 16만 689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학부생 대비 대학원생 비중은 49%에서 54%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보수적인 금융 회사에서도 외국인 채용=일본의 기업들도 외국 인재를 적극 받아들이며 변화하는 모습이다. 유학생이 아니어도 자국에서 대학을 나오고 전문 기술이 있다면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금융 회사에도 취업할 수 있다.

하마마쓰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브라질인 간자키 요헤이(36)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일본 기업 취업 만족도에 대해 “주텐 만텐 주 주텐(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답했다. 2020년도에 입사한 4년 차 직원 간자키 씨는 영상 촬영·편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회사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을 출시하면,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업무다. 칸자키 씨가 편집한 영상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회사 공식 SNS에 올라온다. 그가 다루는 프로그램은 프리미어 프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애프터 이펙트, 라이트룸 등으로 편집 기술도 전문가 수준이다.

임금·복리후생 등은 같은 연차, 같은 직무의 일본인과 외국인이 모두 같다. 해당 회사엔 베트남, 인도, 우크라이나 출신 외국인 직원도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개발, 데이터 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간자키씨는 정주 비자를 이용하고 있다. 정주비자는 취업활동 제한은 없지만 기간갱신이 필요하다. 그는 내년이면 기간 갱신이 필요없는 영주비자(영주권)을 획득할지, 일본으로 귀화할지 선택할 수 있는데 귀화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지금 6살인 딸도 일본 학교에 입학시킬 계획”이라며 “일본에서 지내는 4년 동안 가족이 차별을 겪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급 인재 유치 노력은 유학생을 넘어 더욱 확장하고 있다. 2012년 고도인재 포인트제도를 도입해 능력과 자질을 갖춘 외국인이 일본에 사실상 영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학력, 연봉, 연구실적 등 항목에 따라 포인트를 설정하고 70점을 넘으면 고도전문직 1호 재류 자격을 소지할 수 있다. 최대 5년의 체류 기간을 부여할 뿐 아니라 배우자 또한 일본에서 취업할 수 있게 해 가족 단위 정착을 도모했다. 일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부모도 일본 체류가 가능하다. 고도전문직 1호 재류 자격을 소지하고 3년 이상 거주하면 고도전문직 2호로 전환할 수 있다. 고도전문직 2호는 재류기간이 무기한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매년 20% 이상 늘어 지난해 기준 3만 8014명의 외국인이 고도인재 비자를 획득했다. 지바·하마마쓰=박지영·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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