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물품 제공·인질 단서 찾기 등 전방위 활동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24일(현지시간) 자원활동가들이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EPA]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24일(현지시간) 자원활동가들이 주민들에게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이스라엘 민간 시민사회 단체들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으로 공백이 발생한 정부 행정력을 상당 부분 대신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 개편 입법 등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다져진 조직력이 전시 민심을 돌보는 과정에서 발휘되며 이들의 향후 영향력이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 시민단체들이 구호물품·임시 대피소 제공과 실종자 찾기 등에서부터 무기 제공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네트워크를 이용해 다양한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4개의 주요 시민단체는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발생한 지난 7일 긴급회의를 통해 대략적인 분업 체계에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24시간만에 이스라엘 피난민을 위한 1만개의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당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획했던 여성단체 ‘대안 건설(Bonot Alternativa)’은 전쟁 발발 후 발빠르게 구호 단체로 변모했다. 이들은 80개 국가에 진출한 지부와 15만명 이상의 회원을 동원해 기부금을 모으고 피난민에게 의료품, 식량 등을 무료로 제공했다.

하마스 조직원들의 산발적 테러에 맞서기 위한 민간 무장조직에 무기와 보급품을 제공하거나, 온라인상에서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에 대한 단서를 찾는 일까지 시민단체가 나서서 돕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권 축소 등을 골자로 한 입법안에 반대하기 위해 다져온 네트워크와 조직력이 빛을 발한 셈이다.

대안 건설의 호프만 아지브 대표는 “사람들이 즉시 대피할 것을 알고 (지원을 준비했다)”며 “정부는 그들 모두를 도울 수 없을 것이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전시 시민단체가 큰 역할을 하면서 전쟁이 끝나면 이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요하난 플레스터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 소장은 WP에 “우리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 중 가장 큰 규모의 에너지가 시민단체에 전달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댄 벤데이디브 텔아비브대 경제학 교수는 전쟁 발발 후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시민들의 자발적 대규모 항의를 언급하며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중도와 좌파에 큰 각성이었으며 우파에서도 상당한 (지지자들이) 떨어져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기 못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전의 추진력을 얻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유대계 이스라엘 국민의 20.5%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WP는 전시 비상 거국 내각이 구성되면서 멈춰선 사법 개편안은 전쟁이 끝나면 어떤 형식으로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많은 정치 분석가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단체 카플란 포스(Kaplan Force)의 로이 노이만 대변인은 “이스라엘은 지금 단결해야 한다”며 “사법 개편은 이스라엘에 가장 분열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