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패배 이후 ‘낮은 자세’로 메시지 발신
‘이념 중심’에서 소통·민생 현장 위주로
일반 국민 대상으로 타운홀 미팅 등 추진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달라졌다. 직접적으로 ‘반성’을 언급하며 자성의 메시지를 내는가 하면, 참모들에게도 연일 ‘민생’과 ‘소통’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윤 대통령의 메시지 기조가 한껏 낮아지면서, 향후 소통 방식과 인사 스타일 등 국정운영에도 본격적인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저보고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저도 많이 반성하고 더 소통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반성’이란 단어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도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고 했다. 통합위의 정책 제언이 얼마나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한 언급이었지만 ‘반성’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눈길을 끌었다.
‘소통’과 ‘민생’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8일 참모들에게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을 해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13일 “차분하고 지혜로운 변화 추진”, 16일 “국민 소통, 현장 소통, 당정 소통 강화”를 당부한데 이은 것이다.
전날에는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들도 책상에만 앉아있지 말고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라”며 “나도 어려운 국민들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연일 ‘낮은 자세’로 국정운영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는 것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싸늘한 민심이 주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선거 패배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등으로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에서 기존의 ‘이념 중심’ 메시지 발신으로는 민심과의 괴리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의 ‘현장행’을 거듭 주문한 것도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굳이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익숙한 말 외에도 국민들의 현실을 눈으로 보고 듣고, 느낀 실상을 대통령께 그대로 보고해달라, 이를 국정운영에도 반영하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국민들의 삶을 거쳐 듣지 않고 현장에서 체험해야 국민께 도움이 되는 국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통령의 평소 소신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민생 현장 행보 외에도 주부와 청년, 노인 등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타운홀 미팅도 추진된다. 기존에 국정과제 점검회의 등을 통해 전문가, 교수,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은 데 이은 것이다. 대통령실에서는 타운홀 미팅 외에도 소통 방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취합 중이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면서 공식 기자회견 등이 열릴지 여부도 관심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있고,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소통 강화’ 행보의 일환으로 야당과의 소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이 성사될지 여부에 주목한다.
고위관계자는 “그간 윤 대통령이 (지난해)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아갔을 때 야당과 함께 터놓고 이야기하고, 국정을 함께 논의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있었다”며 “야당도 국정의 동반자로서 여당과 함께 협의를 진행해서 윤 대통령이 상임위원장단을 포함해 여야 원내대표단과의 만남을 제안했지만 그 당시에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의 시도에 그치지 않고 윤 대통령이 앞으로도 여러 각계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