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내 이행 않으면 ‘이행 강제금’ 부과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상상인에 그룹 내 저축은행의 보유 지분을 10% 이내로 줄이라고 매각 명령을 내리면서, 자산 5조 규모의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비공개 정례회의에서 상상인 계열 두 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 매각 명령을 의결했다. 두 저축은행의 지분은 상상인이 100% 보유하고 있으며, 상상인의 대주주는 유준원 대표로 지분 23.3%를 갖고 있다.
이번 의결은 지난 8월 30일 유 대표에게 내려진 대주주 자격 충족 명령에 대한 후속조치 성격이다. 저축은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대주주 자격 충족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대주주에게 10% 이상의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할 수 있다.
금융위는 4년 전인 2019년 두 저축은행의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미준수·허위보고, 불법대출 혐의로 상상인과 유 대표에게 과징금 15억2100만원과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상상인 측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5월 대법원은 금융위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이번 결정으로 상상인은 6개월 내에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지분을 10% 이하로 매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상인은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고, 경영에도 참여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6개월 이내로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이행을 강제하도록 하는 금전적 처분인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 7위에 해당하는 두 저축은행의 주인이 바뀔지 주목된다. 6월 말 기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산은 각각 3조2990억원, 1조5806억원으로 합하면 4조8796억원에 달한다. 상상인 측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으로, 6개월 내 매각 또는 행정소송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중대형급인 두 은행의 매각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저축은행 연체율이 급등하는 등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데 6개월 만에 매각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올 상반기 각각 248억·98억 적자를 기록한 상태다. 2분기 기준 연체율은 상상인저축은행이 10.88%로 전년 동기(3.01%) 대비 7.87%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3.44%에서 11.54%로 연체율이 크게 뛰었다.
반면 행정소송을 통해 다른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관계자는 “상상인이 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상상인·상상인저축은행과 비슷한 사례로는 다올저축은행이 있다. 다올저축은행의 전신인 유진저축은행은 대주주인 유진기업이 레미콘 사업 입찰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올투자증권에 매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