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증시 조정으로 주식투자 회의감 확산

개미들 3분기 성적표도 저조

2차전지 관련주에서 큰 손실

“주식하니까 사람이 나빠지네요…누가 잃어야 내가 버는 게임”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서경원·권제인 기자] 지난달 27일 한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는 ‘주식하니깐 사람이 나빠진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사람은 “나는 난생 처음 주식이란 걸 해봤고, 2주동안 주식을 했지만 지금 10만원 벌었다”며 “그러면 누군가는 10만원을 잃었거나 100명으로 치면 인당 100원 잃을 거다”라고 적었다.

또 그는 “어쨌든 남의 돈을 내가 빼앗아서 버는 건데, 이런게 나는 별로”라며 “돈 욕심 내고 돈 더 벌려고 노력하고, 투자라고 하지만 사실 투자라는 건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사람은 “말이 좋아야 투자지 누군가 매도를 해서 팔아줘야 내가 돈을 버는 거다”라며 “결국은 내가 돈을 벌려면 계속 돈을 잃어주는 호구들이 있어야 하는 거라 이런게 나는 마음에 안든다”고 말했다.

“주식하니까 사람이 나빠지네요…누가 잃어야 내가 버는 게임” [투자360]
[연합]

최근 국내외 증시가 조정을 보이면서 주식투자에 회의를 느끼는 개인 투자들이 늘고 있다. 이런 데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저조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3분기 투자자별 순매수 상위 종목을 분석해 보면 기관이 개인, 외국인 대비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는 2400선까지 하락하며 크게 출렁였지만, 기관 투자자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중국 관광객 유입에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현재 기관 투자자의 3분기 순매수 상위 10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15.18%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는 3.47%, 외국인 투자자는 외국인 투자자 2.24%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기관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10종목 중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이 2분기 말 대비 주가가 상승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반면, 개인과 외국인이 사들인 종목은 절반 이상이 하락하며 종목별 수익률이 차별화한 모습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는 포스코그룹주가 줄줄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그 외 2차전지주에서 큰 손실을 냈다. 6조1137억원을 사들이며 순매수 1위에 오른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는 37.37% 상승했고, 포스코퓨처엠과 포스코인터네셔널도 각각 4.25%, 82.43% 올랐다. 반면, 삼성SDI, LG화학, 엘앤에프가 20%대 손실률을 기록했다. 6755억원 사들인 LG에너지솔루션도 14.01%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는 에코프로 그룹주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대형주를 고루 담았다. 에코프로와 삼성중공업은 모두 17%대 상승률을 기록해 수익률 1, 2위에 자리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고 삼성중공업 외 조선주들이 하락세를 보였다. 한화오션은 8.64% 내려 가장 큰 손실률을 보였다.

“주식하니까 사람이 나빠지네요…누가 잃어야 내가 버는 게임”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국내 주식투자자 규모는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투자자 수(작년 기준)는 약 1441만명으로 재작년보다 4.1% 증가했다. 이들이 소유한 총 주식수는 1108억주로 소유자 1인당 평균 약 7688주를 보유한 셈이다. 소유자수는 개인소유자가 1424만명(98.8%)으로 대부분이나, 소유자 1인당 평균 소유주식수는 법인소유자가 94만주로 개인소유자 1인당 평균 소유주식수 3940주를 압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법인소유자의 소유주식수가 271억주(44.2%),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소유자의 소유주식수가 322억주(67.4%)로 가장 많았다.

지역·연령별로 보면 ‘서울 강남구 거주 50대 남자’가 가장 많은 11억8000만주를 갖고 있다. 이어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60대 남자가 9억4000만주, 경기 성남시 거주 50대 남자가 7억7000만주 순이다. 지역별 분포는 경기도가 379만명(26.3%)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355만명(24.6%), 부산 88만명(6.1%)이 뒤를 이었다. 인구수 대비 소유자수 비율이 높은 지역은 서울 37.6%, 울산 32.9% , 대전 28.7% 순이었다.

“주식하니까 사람이 나빠지네요…누가 잃어야 내가 버는 게임” [투자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