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이후 4분기 증시 전망
4분기 밴드 2420~2750
“반도체 수출증가 확인시 8월 고점 돌파할 것”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추석 연휴 이전 코스피가 연일 하락세를 기록하며 낙폭을 키운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4분기 반도체 등 대형주 강세로 지수반등이 유효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상장사 3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줄하향되면서, 연초 우스갯소리처럼 번졌던 ‘상저하저’ 증시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남아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7일 코스피는 전날과 보합권(0.27%)인 2465.07에 장을 마쳤다.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한 지난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5거래일 동안 3.70% 하락한 수치다.
올 초 상당수 증권사는 국내 기업 실적 흐름을 ‘상저하고’로 전망하면서 코스피가 하반기 28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6월에는 당시 250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하반기 2900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 기업 실적 전망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이 내놓은 실적 전망치가 존재하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4곳의 3분기(7∼9월) 영업이익 전망치 합은 42조2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말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43조5862억원)와 비교해 약 3% 줄어든 것이다. 상장 기업들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합은 지난 8월 말 42조6526억원으로 집계돼 최근 한 달 동안에도 약 1% 감소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장기부진이 코스피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초만 하더라도 증권가는 하반기 반도체 업황 회복과 가격 반등을 예상하며 삼성전자가 3분기 7조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 6월 말에는 전망치가 3조6000억원대로 낮아졌으며, 지난달 21일 기준으로는 2조5324억원으로 더 내려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형주를 중심으로 4분기 국내 증시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유효하다.
올해 4분기 코스피 밴드(예상 등락 범위)를 2450~2750으로 제시한 NH투자증권은 “지난 8월 한국의 수출 개선세는 밋밋했지만, 반도체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9월 반도체 수출 증가가 확인된다면 반도체 중심의 지수 상승에 확신이 더해질 것”이라며 “4분기에는 지난 8월 고점(2668.21)을 상향 돌파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반기 투자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해야 할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유한양행 등을 꼽았다.
하나증권은 4분기 코스피 밴드를 2420~2710으로 전망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국내 증시 주도주는 이익사이클 변화가 결정한다. 이익사이클을 결정하는 변수는 역시 수출”이라며 “수출 금액이 저점을 형성하고 증가로 전환한 기계와 화장품,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진입한 철강, 플러스권에서 상승하고 있는 조선, 아직 마이너스권이지만 반등하고 있는 반도체·화학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업황 개선 시점은 4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심스럽지만 수출도 바닥을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고 IT 세트(완성품) 수요도 연말로 가면서 회복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이 4분기부터 개선된다는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교보증권은 이달 코스피 밴드를 각각 ▷2540∼2650 ▷2400~2600 ▷2350~2550으로 제시했는데, 이들은 다른 증권사보다는 증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악재들이 주가에 소화된 이후 시장에 접근해도 늦지 않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달러 강세다. 이는 통상 미국 외 자산의 투자매력을 약화시키는데, 코스피 역시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런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거시경제 환경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어주가 투자 대안”이라며 “은행, 보험 등 금융주가 1순위 선택지고 통신, 유틸리티 등도 관심 대상”이라고 전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향후 증시 움직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유가를 꼽았다. 노동길 연구원은 “10월 증시는 계절적으로 3분기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 변화와 결과를 가격에 반영할 시기”라며 “관건은 하반기 들어 높아진 유가 영향력으로부터 순이익 컨센서스(시장 예상치 평균)가 얼만큼 영향을 받을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공급측 유가 상승은 비용 부담을 키워 코스피 전체 마진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따라서 3분기 실적 컨센서스 발표를 본격화할 시점인 10월 증시는 유가 변화에 따른 업종 지도가 전체 색깔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은 지난 2개월간 단기 조정을 저평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10월 주식시장은 3분기 거시경제 진단, 경기 상황을 고려한 통화정책의 미세조정, 여름 이후 개선될 것이라 확신했던 수출과 주력산업의 실적 동향을 체크하며 주가수준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개월 단기 조정으로 저평가 해석을 얻어내기에는 가격조정 폭이 크지 않고 모멘텀의 개선 정도가 강력하지 않아, 연말랠리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장금리와 환율 안정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