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반려견을 사랑한 삼성의 회장”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내 견사(40~50마리 안내견들 숙소)와 강당 사이 작은 통로 한 편에는 성인 남성 상체 만한 크기의 코리아헤럴드 영문 기사 액자가 걸려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전인 2013년 8월 31일 빛을 본 이 기사의 제목은 ‘Samsung’s dog-loving chairman(반려견을 사랑한 삼성의 회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안내견 분양 사업의 의미를 짚고 삼성의 사회공헌 활동을 소개한 영문 취재 기록이다. 그런데 이 영문 기사에 안내견학교가 자리를 내준 배경이 인상깊다.
19일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 관계자는 이 기사를 액자로 걸어둔 이유에 대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문화가 ‘개 식용’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반려견 문화까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액자형태로 전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안내견 분양 사업을 시작할 당시는 30년전인 1990년대 중반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30여년 전에는 더 한국을 알지 못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반려견 문화를 단순히 ‘개 식용’에 치우친 야만적 문화로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이러한 인식을 전환하고자 안내견 학교에선 이건희 회장이 관련 사업을 배경을 이곳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알리고 있다. 삼성화재 임직원들이나 그외 삼성 계열사의 다양한 해외 고객사 관계자들이 종종 안내견학교를 찾거나 투어를 하게 된다. 이곳에 발을 디딘 외국인들은 안내견 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벽에 걸린 영문 기사를 통해 안내견 분양 사업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왜 이 사회공헌 사업에 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벽면에 걸린 기사의 첫 문장은 이렇다. ‘‘개먹는 나라’로 인식되던 한국. 그 비난을 딛고 새로운 애견문화가 정착된 것은 한 사람의 남다른 애견 사랑으로부터 시작됐다.’
그러면서 기사는 ‘지난 1993년 삼성그룹은 국내 첫 안내견 학교를 비롯, 구조견과 동물치료 사업을 시작했다. 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외신의 ‘보신탕’ 비난으로 국가 이미지가 추락하자 글로벌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던 삼성이 발벗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스스로도 밝혔듯이, 초등학교 졸업 후 혼자 있는 시간동안 개와 친구를 맺고, 사람과 동물 간에 심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린 나이에 깨달았다.
한국의 보신탕 문화에 대한 항의로 유럽의 동물 보호 단체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자 이 회장이 고심 끝에 이들을 한국으로 정식 초청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자신이 집에서 개를 기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한국의 반려견 문화도 전하면서 한국이 그들의 생각만큼 야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려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신경영 선언 당시인 1993년부터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명견경연대회인 영국 크러프츠를 공식 후원했고, 천연기념물인 진돗개를 영국 품종협회인 켄넬클럽에도 정식 등록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