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신청한 '정년연장 법개정' 청원 요건 충족
국회 환노위 청원 심사에 본회의에 부의 혹은 폐기 결정
연금개혁안 적용 가정하면 퇴직 후 8년간 국민연금 못 받아
정부 추진 중인 일본식 '재고용' 방식 임금·노동조건에서 불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한국노총이 신청한 국민동의청원이 기준 기한인 30일 이전인 29일 만에 '성립' 조건인 5만명을 넘어섰다. 한국노총의 청원은 현행 60세로 정하고 있는 정년을 노령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일치시키도록 법률을 개정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노총은 14일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출생·고령화가 가속되는 상황에서 고령자고용법 제19조(정년)에서 정하고 있는 정년 60세 이상을 65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늦춰 소득 공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노후 빈곤을 예방하고 고령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8월 16일 청원을 신청했다.
청원 운동이 시작된 이후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시민들이 동참한 가운데 청원은 순조롭게 진행돼 마감 하루 전인 9월 14일 최종 5만명을 달성했다. 청원 규정 상 청원서 공개 이후 30일 이내에 동의 수가 5만명을 넘기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로 회부된다. 환노위는 이를 심사해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하게 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제 국회가 응답할 차례”라며 “노후 빈곤 예방과 고령자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국회는 정년연장 입법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연금개시연령과 법정 정년이 맞지 않는 유일한 국가이다.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으로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개시연령은 계속 뒤로 늦춰지면서 최대 3~5년간 소득공백이 발생한다. 또, 1988년에 시행된 국민연금은 역사가 짧아 소득대체율이 낮은 탓에 많은 고령자들은 연금소득 만으로는 노후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한국이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국가인 이유다.
이 와중에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춰야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소진을 막을 수 있다는 추산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만약 이에 따라 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8세로 늦출 경우, 우리나라 정년퇴직자들의 소득공백 기간은 무려 8년으로 늘어난다. 한국노총이 연금수급연령과 법정 정년연령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덜어주려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는 일본이나 싱가포르처럼 재계약 등을 통해 고용 연장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고용 종료를 통한 재고용은 고령자의 임금과 노동조건 등의 처우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실제 일본 최대 노동조합 렌고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재고용에 성공한 60세 이상 촉탁직 근로자 임금은 정년 전 임금의 63.8%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소위 '일하는 빈곤 노인'이 늘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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