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신한지주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지는 ‘인선 자문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지주는 또 향후 회장 승계프로그램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처럼 주인이 없는,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거버넌스) 선진화 요구에 발맞추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는 사외이사 인선자문단 도입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선진화 관련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사외이사를 객관적으로 추천받고, 검증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거쳐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이사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KB금융이 먼저 이같은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사외이사추보추천위원회(사추위)가 인선자문위원을 추천하고, 인선자문위원이 사외이사를 선발하는 식이다. 신한지주 또한 외부 자문기관, 주주 등 여러 통로를 활용해 추천받아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지만 별도의 자문단을 운영하지는 않고 있다. 신한지주는 KB금융 사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등을 살펴 추가적인 운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신한지주 고위 관계자는 “자문단에서 사외이사를 몇 배수로 추천을 하면 사추위에서 최종 후보를 가리는 방안 등도 살펴보고 있다”며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데다 그동안 있었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나왔던 여러가지 아쉬움도 해소할 방안을 다각도로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신한지주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금융회사의 내부 통제 제도를 개선하고, 임원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줄 것을 주문해왔다.
지배구조 손질을 요구받는 다른 업권에서도 이같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오너없는 비금융회사 대표격인 포스코, KT는 이미 자문단을 활용 중이다. 포스코는 2004년부터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이라는 비이사회 기구를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3배수 추천받고 검증해오고 있다.
KT 또한 올해 주주추천 외에도 자문단을 도입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기 시작했다. KT의 경우 사외이사 예비후보 심사는 보통 두 단계로 이뤄지는데, 사외이사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예비후보를 심사한 뒤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방식으로 손질됐다. 인선 자문단 또한 외부 기관에서 추천한 전문가 중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의 평가를 통과한 5인으로 꾸려지고, 사추위 또한 사내이사를 배제했다.
신한지주는 향후 승계프로그램도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규범에서는 현 회장 임기가 종료되기 최소 2개월 전에 승계절차를 시작하고 차기 회장 후보 추천을 완료한다. 신한지주는 지난해 11월 중순 조용병 전 회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회추위 논의를 개시, 약 3주만인 12월 8일 차기 회장으로 진옥동 현 회장을 내정했다. 그동안 신한지주가 승계프로그램을 통해 회장후보군을 관리했다고는 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된 셈이다.
신한지주와 비교군으로 꼽히는 KB금융의 경우 지난 7월 20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후 차기 회장 인선 관련 경영승계절차를 발표한 뒤, 오는 9월 8일 최종 후보 선정을 앞두고 있다. 신한지주에 비해 비교적 여유있게 승계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네 차례에 걸친 회추위 회의, 그 과정에서 신상 노출을 원치 않는 외부 후보자에 대한 기밀 유지 등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또한 KB금융에 “지배구조 및 경영승계와 관련한 업계 모범이 돼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타 지주에 비해 회추위가 짧은 기간에 이뤄진 측면이 있었다”며 “업계의 좋은 선례 등도 살펴보고, 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