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경·문혜현 기자] 저축은행 두 곳 중 한 곳은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이 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NPL이 10%를 넘는 곳도 8개사에 달하며, 전체 저축은행 중 절반 가량이 연체율이 5%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기업과 가계가 늘어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절반, 고정이하여신비율·연체율 5% 이상
4일 헤럴드경제가 79개 저축은행의 2분기 경영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39개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8곳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0%를 웃돌았다. 대아저축은행은 24.35%에 달했고, 에스앤티저축은행(17.59%), 대원저축은행(14.58%), HB저축은행(14.04%), 조흥저축은행(11.99%), 아산저축은행(11.19%),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0.68%), 상상인저축은행(10.67%)도 10% 이상이었다.
HB저축은행,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에스앤티저축은행, 라온저축은행, 영진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 7곳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2분기 대비 5%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총여신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자산건정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율 역시 악화됐다. 전체 79곳 중 47%에 해당하는 37사의 연체율이 5% 이상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10개사보다 27개나 늘어난 숫자다.
특히 에스앤티저축은행(17.39%), HB저축은행(14.00%),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1.54%), 상상인저축은행(10.88%), 조흥저축은행(10.49%), 더케이저축은행(10.36%) 등 6곳은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자기자본비율·유동성비율은 대부분 개선
저축은행들은 자산건전성이 약화된 대신 자본적정성을 강화해 위험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중 대다수인 61개 저축은행의 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년 전보다 개선됐으며 ▷에스앤티저축은행(41.47%) ▷평택저축은행(30.90%) ▷국제저축은행(25.66%) ▷한국투자저축은행(16.30%) ▷민국저축은행(32.60%) ▷조은저축은행(16.12%) ▷남양저축은행(33.41%) ▷더케이저축은행(17.55%) ▷엠에스저축은행(14.57%) ▷하나저축은행(15.19%) 등 10곳은 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단기채무 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유동성비율도 대부분 증가한 가운데 전체 중 53%에 해당하는 42개 저축은행은 1년 전보다 200%포인트 이상 늘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450.17%), HB저축은행(1225.80%), 상상인저축은행(1079.53%), 에스앤티저축은행(1050.54%)의 경우 유동성비율이 1000%를 상회했다.
고금리 여파 지속…“내년 상반기까지 불확실”
저축은행들은 대출 관리와 부실채권 매각 등으로 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의 여파가 올해 하반기를 비롯해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권 실적에 대해선 여전히 불확실한 요소가 있다”며 “과거 고금리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1~2년 정도는 연체율이 계속 올라갔기 때문에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저축은행권 대출 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사실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 자본적정성, 자산건전성이 많이 개선됐다”면서 “금융 시스템 붕괴나 고금리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시나리오는 배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2금융권의 경우 대출자의 신용도가 1금융권보다 떨어져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면서 “최근 가계빚이 다시 늘고 있어 금융 불안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정부가 모니터링을 하며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