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하는 미성년자 늘지만 ‘지우려는’ 이들도
즉흥으로 했는데 디자인 맘에 안 들어
‘문신하면 인생 나락 간다’는 시선에 부담
강요에 의해 원치 않는 문신 당하기도
“문신 제거 최소 10번 시술, 비용은 1000만원”
美·英·佛 해외에선 미성년자 문신 규제
[헤럴드경제=안효정·정목희 기자] #1. 중학생 A(15) 씨와 B(15) 씨는 지난해 10월 인천의 한 모텔에서 선배 C(16)씨에게 강제로 문신을 받았다. C씨는 “A씨와 B씨의 동의를 받고 문신을 새겼다”고 주장했지만, A씨와 B씨는 이전부터 C씨에게 괴롭힘을 받은 경험이 있어 ‘몸에 문신 연습을 하겠다’는 C씨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A씨의 왼쪽 어깨와 가슴엔 도깨비 문신이, B씨의 다리엔 20㎝가 넘는 길이의 잉어 문신이 새겨졌다. A씨와 B씨 모두 문신 제거 시 드는 비용과 시간에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
#2. 대구에 사는 D(30)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불법 시술소를 찾아가 엉덩이 꼬리뼈 쪽에 꽃 문신을 했다. 예뻐 보여서다. 하지만 문신을 받고 난 뒤 A씨는 기대와 다른 디자인에 실망했다. D씨는 “꽃이 아니라 벌레를 그려 놓은 줄 알았다”며 “눈물 날 정도로 후회했다”고 말했다. D씨는 당장 문신을 지우고 싶어 아르바이트도 했지만 문신 제거 비용을 모으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했다. D씨는 “성인이 돼서 돈을 벌고 겨우 지웠다”며 “문신 하나 지우는 데 10번의 시술을 거쳤고 돈은 10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했다.
문신 인구 1300만명(보건복지부 추산) 시대. 문신이 대중화되면서 문신 시술을 받는 미성년자가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문신을 지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문신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 있지만,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사회적 분위기 탓도 있다. A씨와 B씨처럼 원치 않는데도 또래나 선후배 등의 강요로 문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선 미성년자 문신을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미성년자 문신에 관한 법적·제도적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내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이 불법이라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199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문신은 지금까지 의료 행위에 해당해 의사 면허 소지자만 시술할 수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도 미성년자의 문신을 제지하는 규정은 없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생활 규정은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해 운영되는 것이라 교육청이 학생들의 문신을 일괄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E(28) 씨도 “학생이 문신했다는 이유로 학교 징계를 받진 않는다”면서도 “학교에선 ‘문신하면 인생 나락 간다’는 인식이 있어서 문신한 학생을 좋게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문신에 관련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국내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선 미성년자 손님을 받으면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신 제거의 어려움을 간과한 채 문신을 결정하는 미성년자가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신 제거 비용은 명함 한 장 크기를 기준으로 20만원을 웃돈다. 두 손바닥 크기의 대형 문신을 지우려면 60만원 이상이 든다. 평균 10번 이상의 시술을 받아야 함을 감안하면 문신 하나를 지우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적지 않다.
하지만 헤럴드경제의 취재에 따르면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없이 문신을 하는 시술소는 10곳 중 3곳에 달했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성년자 타투’를 검색해 미성년자 문신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시술소 10곳에 연락했다. ‘미성년자인데 문신 되느냐’는 물음에 10곳 중 3곳은 보호자 동의 여부를 묻지 않았다. 나머지 7곳도 ‘부모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별도로 부모 동의서를 받거나 부모와 통화로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
한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선 미성년자 문신을 불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오클라호마주와 필라델피아시, 캘리포니아 주는 부모의 사전 동의 없이 18살 미만 미성년자에게 문신 시술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프랑스는 부모나 법적 후견인의 서면 동의서 없이 미성년자가 문신을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청소년의 문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성장기인 청소년기의 문신 시술은 신중한 판단을 통해 결정해야 하는 사항임에도 별다른 규제나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학생 문신 지도와 관련된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 등 국가적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가들 역시 미성년자의 문신 시술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박정수 부연구위원은 “문신은 영구적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후회할 수도 있고 제거하는 경우 문신 시술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시간과 비용이 발생한다”며 “미성년자 문신 금지, 사전 설명 및 동의서 등의 안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영수 성형외과 전문의도 “문신 제거 수술 이벤트를 가끔 여는데 그때마다 미성년자 문의가 쏟아진다. 문신을 지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지우지 못하는 미성년자가 그만큼 많다는 반증인 것 같다”며 “미성년자 문신을 규제하고 이를 어겼을 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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