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은 ‘야당’, 문재인은 ‘정당’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대표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박지원 의원과 문재인 의원은 출마선언문에서도확연한 색깔 차이를 드러냈다. 문재인 의원이 12번 언급한 ‘변화’라는 표현은 박지원 의원 출마선언문에 단 한 번만 들어가 있었다. 박지원 의원은 ‘야당’을 가장 많이 언급하며 냉정한 현실인식을 강조한 반면, 문재인 의원은 ‘정당’을 수차례 반복해 당의 미래상에 방점을 찍었다. ▶박지원 측 “말로만 변화는 보여주기에 그쳐”=이번 2ㆍ8전당대회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변화’다. 잇따른 선거패배로 위기에 빠진 당을 재건하기 위해 ‘변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당의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박지원 의원도 평소 당의 변화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출마선언문에 변화라는 말이 1번만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혁신’이라는 표현도 딱 한 번 나왔다. 두 단어가 들어간 대목은 “당의 혁신을 넘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한줄이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 측 관계자는 “그동안 당에서 변화와 혁신을 외쳤지만 진정한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며 “이번에도 선언문에 변화, 혁신을 여러번 언급하면 결국 말로만 강조하는 모습으로만 비춰질 수 있어 이를 경계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의원이 상대적으로 변화를 많이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보여주기식 변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박지원 의원은 6개 지역 비례대표할당제, 공천심사위원회폐지 등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이와 함께 박지원 의원이 가장 많이 쓴 표현은 총 9번 언급한 ‘야당’이었다. 선언문 제목에도 ‘강한 야당’이 들어갈 정도로 박지원 의원은 유독 야당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의원 측은 “지금 우리가 처한 야당이라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지해야 정권교체를 위한 의지를 더욱 북돋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측 “누가 변화 이끌 것인가가 핵심”=반면 문재인 의원은 선언문에서 변화를 12번 언급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의원 측은 인물론을 내세운다면 문재인 의원이야말로 변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무게감과 참신함을 겸비했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대선후보 출신에 차기 대권주자로도 최상위권에 포진했으면서도 그의 정치경력은 박지원 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다.
문재인 의원은 당대표 출마선언 현장에서 ‘누가 바꿀 수 있겠습니까’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너도나도 강조하는 변화 앞에 ‘누가’라는 주어를 앞세운 것이다. 문재인 의원 측 관계자는 “변화를 이끌 주체가 누구인지 묻는 질문에 이번 출마 선언의 정수(精髓)가 담겨 있다”며 “내년이 ‘민주당 체제’ 60주년 되는 해인데 변화는 당의 60년간 숙원과제이기 때문에 변화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의 야당에 견주어 문재인 의원은 정당을 18번으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문재인 의원은 ‘이기는 정당’을 정점으로 해 ‘정책정당’, ‘경제정당’, ‘생활정당’ 등 당의 현재 모습에서 탈바꿈한 미래상을 제시했다. 또 ‘네트워크정당’, ‘플랫폼정당’, ‘스마트폰정당’을 강조하며 모바일정당이라는 청사진도 밝혔다.
정태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