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화장품도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대세”
국내 증시에서 '립스틱 효과(경기 침체로 립스틱과 같은 저가 화장·미용품 매출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프리미엄 화장품보다 중저가 색조 화장품이 인기를 끌면서다. 투자 심리도 대형주보다 중저가 브랜드가 모인 중소형주에 몰리면서 이들의 주가도 희비가 엇갈렸다. 증권가는 중국 시장 수요 회복세가 더딘 만큼 대형주의 약세가 불가피하다며 동남아로 활로를 넓히는 중소형주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대장주로 꼽히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각각 37.8%, 13% 내렸다. 중국의 더딘 경기 회복에 중국향 매출이 줄어드면서 주가도 내리막을 탔다. 최근 일주일간 반등세도 나타났지만 증권가는 올 2분기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실적에 일제히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LG생활건강의 목표주가는 68만9286원에서 61만2143원으로 11.2% 내렸으며 아모레퍼시픽도 14만7143원에서 13만7143원으로 6.8% 감소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의 주가 하락이 본격적으로 관찰됐던 원인 중 하나는 이익전망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라며 "코스피 내 화장품 시총 비중과 화장품 영업 비중이 동반 하락세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소형 화장품주에 베팅한 투자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올해 들어 159.02%나 급등했다. 연초 1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31일 3만원까지 치솟아 52주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색조화장품 전문 ODM(제조자개발방식) 업체인 씨앤씨인터내셔널(44.24%),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코스맥스(38.46%) 등도 상승 폭이 컸다. 코스맥스는 지난달 27일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소형 화장품주는 연기금의 ‘러브콜’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은 올 2분기 화장품 대형주를 덜어내고 중소형주를 늘렸다. 국민연금은 아모레퍼시픽(기존 7.39%→6.35%·6월 14일 기준), LG생활건강은(8.03%→6.99%·6월 30일 기준) 모두 보유 지분을 줄였다. 반면 코스맥스(12.20%→13.23%), 한국콜마(9.55%→11.64%), 씨앤씨인터내셔널(5.15%→8.49%), 클리오(4.93%→5%) 등 화장품 중소형주는 추가로 사들였다.
증시에도 저렴한 색조 브랜드가 강세를 달리는 이른바 ‘립스틱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질소비지출 여력 축소로 저가형 제품이 인기인 ‘립스틱 효과’가 발현됐다”며 “화장품 시장 내 저가 색조 제품 및 기능성 더마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형주의 부진에 대해선 “최근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약화되며 중국 화장품 시장 내 한국 점유율이 이탈 중”이라고 진단했다.
업계는 중소 화장품 기업들이 미국·일본·동남아시아에서 강세를 달리면서 호재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실적은 10조2751억원(약 80억달러)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수치지만, 2년 연속 10조원을 상회했다. 중국으로 수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했지만 베트남·대만·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수출이 각각 23.4%, 21.1%, 13.2%, 44.4%씩 증가했다.
전문가는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선 당분간 중소형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화장품 중소형주는 중국보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올리브영이나 미국 시장에서 실적 개선이 뚜렷하다 보니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