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문만 열어도 바로 찾아 드는 한기.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얼음 이 든 음료에 에어컨 바람까지 쐴 수 있는 카페는 도심 속 피서지 중 하나다.
그러나 시원한 건 잠시, 땀이 식고 나면 금세 추워진다. 직장인 김모(43) 씨는 “카페에 한 시간 이상 앉아 있다 보니 너무 추워 몸이 덜덜 떨릴 정도”라며 “겉옷이 없어 팔을 비비며 가방을 끌어안고 있었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김씨는 익숙한 듯(?) 긴팔 겉옷을 걸치고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발견했다. 낮 최고 기온이 36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긴 소매 옷은 필수가 된 걸까.
1일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28) 씨 역시 반팔 티셔츠 위로 긴 소매 남방을 걸치고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카페나 공유 오피스 등으로 근무지가 자주 바뀌는 탓에 실내 온도가 들쑥날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주로 카페에서 2~3시간씩 머무를 때가 많은데 추운 걸 싫어해 겉옷을 늘 챙겨 다닌다”고 설명했다.
실내 온도가 너무 낮아 ‘카공(카페와 공부를 합친 신조어)’를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 자격증 준비를 하는 신모(27) 씨는 “카페에서 공부하려면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데 실내 온도가 너무 낮을 곳은 바로 나온다”며 “냉방병에 걸리느니 더운 게 나아서 요즘은 그냥 집에서 공부한다”고 했다.
직장인 박모(34) 씨도 “카페가 추울 것 같아 긴팔 옷을 입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는데도 너무 추워 중간중간 실외로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 커피체인점 5군데(스타벅스·이디야·커피빈·투썸플레이스·할리스)를 돌며 실내 온도를 측정한 결과 가장 온도가 낮은 곳은 23.2도, 높은 곳은 24.7도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커피체인점의 실내 온도는 23~25도 사이였다. 커피체인점에는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장형 및 스탠드 에어컨과 대형 실링팬 등 냉방기기가 부지런히 돌아갔다. 2개 층으로 165㎡ 규모의 한 커피체인점의 경우 천장형 에어컨만 6대에 스탠딩 에어컨 1대까지 가동되고 있었다.
한 커피체인점 관계자는 “실내 온도를 23~25도로 유지하도록 권고하나 설정 온도와 실내 온도가 다를 수 있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절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카페 관계자도 “25~28도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서울 낮 기온은 34도.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서울시청 광장의 온도는 36도를 넘나들었다. 불과 100m 가량 떨어진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가 10도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냉방병을 막기 위해서는 실내외 온도 차가 5도, 많아도 8도 이내여야 좋다.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흔히 말하는 냉방병은 여름 감기 증상으로 온도 차가 크면 신체가 적응을 해야 해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쉽다”며 “차가운 바람에 직접 몸이 닿지 않도록 하고 환기를 자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냉방의 딜레마는 틀면 춥고 끄면 더운 데서 그치지 않는다. 폭염에 맞서려면 냉방을 해야 하지만, 냉방을 할수록 지구는 더 더워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1년 동안 전세계에서 에어컨 등 냉방기기로 쓴 전기는 2000TWh(테라와트시·2021년 기준)에 육박한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대륙 전체에서 사용한 전기 사용량보다 2.5배 많다.
전기보다 냉매가 더 문제다. 에어컨은 액체 가스가 공기로 바뀌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원리인데, 이 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수백~수천배 강한 온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 고온에서 사람들의 건강도 지키고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실내 온도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에어컨 설정 온도를 22도에서 1도씩 올릴 때마다 전력 사용량이 4.7%씩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