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대학본부·총학 회의록 단독 입수

총학생회 “본관 점거, 학생회 주도 아냐” 발언

래커칠 역시 ‘총학생회와 관계 없다’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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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래커 시위
학생들이 학교 곳곳에 락커로 남녀 공학 전환 반대 메시지를 쓰고 있다. 김도윤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남녀공학 전환’ 정책 추진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21일 오전 진행된 동덕여대 대학측과의 면담에서 “학교 본관, 백주년 기념관 등 점거는 학생회 주도 하에 진행된 부분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학 측은 래커칠 역시 총학 주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솔직히 통제권을 잃었다’고도 말했다.

헤럴드경제는 21일 오전 동덕여대 대학본부와 총학생회 측 간 면담 속기록을 단독 입수했다. 이날 면담결과 대학측은 ‘남녀공학 전환 중단’을 선언했고, 총학측은 수업재개를 선언하면서도 ‘본관 점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봉합 국면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회의 내에선 최 회장이 ‘통제력을 잃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후 있을 수 있는 ‘복구 비용 청구’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대학과 총학 측은 오는 25일 향후 계획과 방침을 담은 입장문 발표를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총학생회는 점거 시위를 학생회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학생회 주도하에 진행된 부분이 아닌 학우분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학생회가 지시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특히 이번 래커시위 및 건물 점거 시위를 촉발한 계기인 백주년 기념관에서 ‘2024 동덕 진로, 취업 비교과 공동 박람회’의 기물에 래커를 칠해 재물을 손괴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말하지만 저희가 학우들에게 지시한 게 아니다. 월요일에 업체 대표가 왔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페인트칠과 래커칠에 대해서도 “총학생회와 직접적인 관계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페인트칠, 래커칠도 학교에 와서 처음 봤다. 직접적인 관계성을 찾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백주년 기념관 앞에 늘어선 근조화환과 플랜카드에 대해서도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장 주도하에 진행된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동덕여대 학생처장이 “플랜카드로 가장 크게 명시한 ‘소멸할지언정 개방하지 않는다’는 여자대학의 존재 가치를 이야기하는 해방과 성평등, 이런 것들 관련해서는 학생회의 의견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를 묻자 총학생회는 “특정할 수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아래는 속기록 일부 발췌.

최현아 총학생회장: 일단, 지금 많은 곳을 점거하고 있음. 본관, 백주년…. 우리가 왜 이러한 절차로 가고 있는지 물어보시는데, 이 부분을 확실히하고자 함. 학생회 주도 하에 진행된 부분이 아니라 학우분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

동덕여대 사무처장: 디자인대도 학생회가 한 거 아니죠?(웅성웅성)

최현아 총학생회장: 청담캠도 마찬가지. 디자인대 회장단도 모르셨던 부분. 학우분들께서 자발적으로 나선 불특정다수가 한 것. 당시 우리는 회의하고 있었고, 전해들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있었음. 그래서 경찰분들 오셔서 본관에 비서실장님 잡혀있다고 내보내달라고 하셔서 상황파악을 처음 하고 들어가서 학우분들 설득해보겠다하고 들어갔고, 그리고나서 처장님들 만난 것. 백주년 그렇게 되어있는거 밤 9시에 알게 됨.

동덕여대 사무처장: (말 끊고) 그러면 거기에 포함이 안 되신 건지? 본관에 갔을 때 여기 계신 분들이 아무도 없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건지?

최현아 총학생회장: 네. 저희 그때 다같이 회의하고 있었음. 회의록도 있음. 그래서 부총님께서 밑에서 상황 보고 있었고, 상황이 심각하다 내려와달라해서 회의하다가 중간에 끊고 다같이 내려감. 이미 그 상황이었음. 그래서 여기서 진짜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학생회가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왜 하게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주시면 좋겠음.

최현아 총학생회장: 다시 말하지만 저희가 학우분들을 지시한 게 아님. 월요일에 업체 대표 오셨잖아요. 그때 상황 처음 들음. 그런 일이 있었다는것도. 확실히 해야 하는건 시작은 저희가 한게 아니지만 지금은 저희가 관리하고 있음. 그래서 저희가 계속 학우분들을 통제할 수 없다고 말씀드림. 이미 이 사건들이 학우분들께서 자발적으로 진행하신거기 때문에 통제할 수 없다고 말씀드린것. 근데 왜 학우들이 자발적으로 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달라는 것.

(중략)

동덕여대 교무처장: 점거하고 페인트칠하는 건 학우분들이 했는데, 학교가 그랬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랬다고 하는 건 학생 대표자로서 모순되는것.

최현아 총학생회장: 페인트 칠, 락커 칠도 학교 와서 처음 봄. 직접적인 관계성을 저희한테 찾으시는데 드릴 수 있는 말씀 없음.

기물 파손 및 시설물 훼손에 대한 논의도 치열하게 오갔다. 동덕여대 측은 “우리는 총학생회에서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그럼 처한 상황을 솔직히 말해 보겠다. 일단 그 순간 통제권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총학도 욕을 먹을대로 먹었다. 학생의 대표자인 우리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저희가 한 게 아니라고 말씀을 드리겠나”고 말하자, 동덕여대 측은 “자초지종을 말해달라. 13일부터의 행동은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측의 행동이고, 그 이전은 학생 개인들이 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총학측 관계자는 “13일 이후부터의 행동도 다 저희의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저희가 학우들 개개인의 락커칠을 막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동덕여대측 관계자는 “지금 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왜 총학생회가 다 짊어지고, 왜 그동안 입장 정리를 안 하셨냐. 총학생회의 입장은 여기까지다. 중간에라도 끊고 입장정리를 했어야 한다. 그래야 총학을 이 일에서 조금이라도 분리해서 생각했을 수 있지 않을까 했다. 왜 학생들한테 위임받아 하지도 않은 일을 다 끌고 지금 이 시간까지 짊어지고 가겠다고 하는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린 학생들이 우리를 뽑아주셔서 이 자리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고, 또다른 총학 관계자는 “그것은 비겁한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된 일들이 총학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행되었다는 게 맞느냐”고 재차 물었고, 총학 관계자는 “우리가 대표기에 정식적인 절차를 거쳐 대화를 요청해서 진행하려고 했다. 그런데 저희가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급박한 일이 생겼다. 저희는 며칠 동안 집도 못 갔다. 저희가 책임감을 가지고 해결해야 하기에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덕여대 측 관계자는 “우리(총학)의 계획과 어긋났다고 판단했으면 같이 논의해서 바로잡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지금 이 회의에서 이걸 알게돼 우리(대학본부)도 당혹스럽다”며 “질책하는 건 아니고 안타까워서 말씀드린다. 이미 일이 너무 와 버렸다. 지금이라도 총학, 중운위와 협의해서 지금 하셔야 할 행동이 무엇일지 잘 판단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교무처장은 “(총학생회 측에서) 강의공간에 대해서 개방을 해달라고 중앙운영위원회(학생대표기구) 명의로 이야기 해줬으면 좋겠다”며 “그게 아니면 지금 수업방해, 건물점거로 인한 모든 문제에 대해서 총학생회, 중운위 여러분들이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책임은 중운위 여러분한테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총학 관계자는 “학생들을 진정시키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말하는 불안감, 공학전환 논의가 시작이 안되었는데 오해가 있었다. 논의를 당분간 하지 않겠고 논의가 나오더라도 학생들 의견을 수용해서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해주시면 많은 학우분들께서도 인정을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최 회장 또한 “우리보고 가서 학생들을 설득해서 점거를 다 취소하고 다시 논의하자는 결론인데, 그러면 학교에서도 뭔가를 내놔야 한다”며 “원점으로 돌려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면 대학본부도 진정시킬 무언가를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논의 결과에 대한 대학본부의 입장문을 내준다면 본관을 제외한 건물 점거를 풀겠다고 제안했다.

동덕여대 국제대외협력처장은 “오늘 중으로 논의해서 입장문을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대학본부는 입장문을 정리해 25일에 발표하겠다고 이날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에서 면담이 끝나고 난 뒤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모든 학우들의 의사를 존중하며 수업 거부 참여 여부는 각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실행할 수 있음을 안내드린다”며 “다만 모든 학우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학업을 이어갈 권리를 존중 받아야 하므로 수업 거부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타 학우의 수업 및 학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지양해주길 바란다”는 공지사항을 발표했다.

면담의 마지막 안건은 백주년기념관 박람회 기물 청구 비용이었다. 총학생회 측이 “3억3000만원은 못 낸다”고 하자 동덕여대 측은 “학교에서 내줘야한다고 생각한적은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학교 측은 “학교에서 물어주면 또 다른 법적인 문제가 또 생긴다. 법적인 부분들은 아마도 진행되지 않을까(싶다)”고 언급했다. 해당 안건은 이번 면담에서 마무리 되지 않아 다음주 월요일에 진행될 면담에서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