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2023년 11월 21일, 미 공군은 AC-130J 고스트라이더가 이라크 중부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민병대에 보복공격을 가했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민병대는 미군이 주둔중인 이라크 알 아사드 공군기지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마침 그 상공에서 비행하던 AC-130J 승무원이 민병대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목격했던 겁니다.
당시 미국 중부사령부는 민병대의 공격으로 미군은 8명이 부상을 입었고 AC-130J의 보복 공격으로 여러 명의 적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건 제 추축입니다만 아마도 민병대원들은 알 아사드 공군기지 주변을 비행하던 항공기가 단순히 C-130 수송기로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화력으로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건십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던 것이죠.
AC-130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은 울창한 밀림에서 숨어 있다가 기습적으로 공격하는 북베트남군의 게릴라 전술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지상병력은 이동 중에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고 작전 목표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미 공군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맥도넬 더글라스가 제작한 DC-3 항공기를 군용으로 개조하고 7.62㎜ 미니건과 각종 무장을 장착해 AC-47 스푸키라는 변종을 만들어냈습니다.
처음엔 조명탄을 쏘며 적의 위치를 표시하거나 야간전투를 돕는 용도로 쓰려고 했지만 적의 야간 기습에 열 받은 미군은 아예 항공기에 화력을 장착해 버린 것이죠.
완성된 AC-47은 900m 상공에서 원을 그리며 비행하며 17초 내에 약 4200㎡를 초토화시킬 수 있었습니다.
건십의 효능을 체감한 미군은 이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1967년 JC-130A 기체를 개조해서 더 크고 막강한 화력을 장착하려 했죠.
일반적인 C-130 수송기에 4정의 7.62㎜ 미니건을 달고 20㎜ M61 발칸도 4개나 장착했습니다. AC-130A 스펙터가 만들어진 겁니다.
같은 해 9월 21일 AC-130 첫 기체가 남베트남 나트랑 공군기지에 도착한 이후 사이공 근처 탄손누트 공군기지와 태국 공군기지에 배치되면서 본격적인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태국 공군기지에서 AC-130으로 이뤄진 제16특수작전비행대가 창설됐고 AC-130A라는 제식명칭을 받은 것도 이때였습니다.
당시 미 공군의 최신예 전력이었던 F-4팬텀Ⅱ와 함께 전장을 누비며 1만대 이상의 트럭을 파괴하고 많은 근접항공지원 임무에 참여하며 많은 미군 지상군의 생명을 구했습니다.
제16특수작전비행대의 AC-130은 베트남전 이후 미국이 관여한 거의 모든 분쟁에 배치됐습니다.
1983년 그레나다에서 실행한 어전트 퓨리 작전에서는 적의 방공 시스템을 제압하고 지상군을 공격해 지상군 공중강습의 성공을 도왔고 1989년 파나마 침공 때도 파나마 방위군 본부 등 수많은 지휘통제 시설을 파괴하고 미 지상군에게 근접항공지원을 제공했습니다.
1900년 걸프전쟁과 1992년 소말리아, 1994년 아이티, 1996년 라이베리아, 1997년 알바니아 등 수많은 작전에 참여했죠.
2000년대 이후에는 주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을 보탰습니다.
이쯤에서 AC-130의 제원을 살펴보겠습니다.
길이 29.79m, 날개길이 40.41m, 높이 11.73m, 이륙중량이 70t에 달하고 4기의 터보프롭엔진으로 AC-130J의 경우 최고시속 660㎞로 비행하며 4000㎞ 넘게 비행할 수 있습니다.
승무원은 AC-130U 버전에서는 기장과 부기장, 항법사, 전자전장교, 화력관제장교 등 5명의 장교와 항공기관사와 무기조작 등 8명의 부사관 등 13명이 운용하고 AC-130J는 기장과 부기장, 전투시스템장교 등 장교 3명, 센서 오퍼레이터, 무장관제사 등 6명의 부사관, 총 9명이 탑승합니다.
55년 넘게 운영되면서 무장과 센서, 항전장비 등에 다양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장은 미니건에서 시작해서 20㎜기관총과 40㎜보포스 기관포까지 진화했고 105㎜곡사포를 달면서 특이점에 도달했습니다.
기체 왼쪽으로 포구를 내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무시무시한 화력을 쏟아내는 공격 특성을 나타냈습니다.
이후에는 AGM-176 그리핀 미사일과 GBU-44/B 바이퍼 스트라이크,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 GBU-39와 GBU-53 등 활강 유도 폭탄 등을 장착했습니다.
유도미사일과 폭탄 등으로 막강한 화력을 추가하면서 엄청난 공격능력을 확보했죠.
항전장비도 이런 무기의 변화에 따라 공격레이더를 장착하고 방호력을 높이기 위해 레이더 경고 센서와 전자전 대응장비, 저주파 대역의 재머 등을 탑재했습니다.
AC-130이 갖춘 이런 능력은 공중에서 오랫동안 머물다가 적을 발견하면 많은 탄약을 지속적으로 쏟아 부을 수 있다는 장점을 발휘합니다.
하지만 수송기를 기반으로 하는 프롭기라는 특성은 방공망을 제압하지 못한 곳에서는 쉽게 격추당할 수 있다는 명확한 한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제가 비정규군 소탕 전문이라는 별칭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사일이나 정밀유도무기 등으로 제압하기에는 돈이 아까울 때, 짜잘한 적이 뭔가 신경 쓰이고 거슬릴 때 “까불지 마라”하면서 힘을 과시할 수 있는 깡패 같은 무기가 AC-130 아닌가 싶은 거죠.
때문에 현재는 31대의 AC-130J가 오로지 미 공군 특수작전사령부에서만 운용되고 있습니다.
참, 얼마 전이었죠. 지난 6월 12일에는 AC-130J가 오산기지에 전개돼 한미 특수전부대와 연합·합동훈련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반도는 이미 제공권을 장악했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까불면 다친다는 경고를 하기 위해 왔던 거 아닐까 싶습니다.
미군이 사용하는 것은 제가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저는 우리 군에는 굳이 AC-130이 필요 없다고 보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의견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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