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축소·조달 금리 하락 맞물려 증가
카드사 “우량고객 확보 차원”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올해 들어 조달 금리가 낮아진 저축은행들이 한동안 닫아뒀던 대출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고신용자 신용대출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도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를 줄줄이 내렸는데, 최근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강화 여파로 급전을 찾아 저축은행·카드사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저축은행 대출금리 1.21%P 하락…“보수적 영업 재개”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하는 35개 저축은행 중 21개 저축은행의 ‘금리 12% 이하 취급 비중’이 지난해 12월보다 커진 것으로 확인됐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15% 수준으로, 저신용자의 경우 높게는 19% 이상 금리가 적용된다. 때문에 12% 이하 금리가 적용된다는 것은 신용도가 좋은 고신용자로 볼 수 있다.
저축은행별로 ‘금리 12% 이하 취급 비중’을 살펴보면 DB저축은행이 작년말에 비해 55.28%포인트 크게 늘었고 ▷JT저축은행(+25.26%포인트) ▷KB저축은행 (+26.83%포인트) ▷스마트저축은행(+22.04%포인트) ▷우리저축은행(+23.21%포인트) ▷한화저축은행(+21.99%포인트)도 해당 비중이 2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출 확대는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도 있지만, 지난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거의 영업을 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면서 “올해는 대출을 해주더라도 보수적으로 우량 고객에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일반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최신 통계인 9월 말 기준 15.61%로, 지난해 12월(16.82%) 대비 1.21%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의 ‘우량 고객 모시기’ 경쟁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기준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저축은행이 마땅한 대출처를 찾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리스크관리에 자신이 있는 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을 취급하면서 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도 고신용자에 이자 더 깎아줬다…‘조정금리’ 확대
카드사들도 같은 기간 고신용자 카드론 금리를 줄줄이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우리·롯데·BC카드)의 신용점수 900점 초과 대출자의 카드론 평균 금리는 11.6%로, 지난해 말(12.2%)보다 소폭 하락했다.
업권 관계자는 “대출규제 강화로 인한 카드론 풍선효과 속 고신용자 위주의 취급 확대를 통한 안정적 우량자산 확보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것”이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고신용자 대상 조정금리를 상향 조정하는 등 900점 초과 카드론 운영 금리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카드가 11.1%로 2.22%포인트 가장 크게 내렸고, 이어 신한카드(-1.08%포인트), 삼성카드(-0.9%포인트), 비씨카드(-0.57%포인트), 하나카드(-0.5%포인트), 우리카드(-0.42%포인트), KB국민카드(-0.28%포인트) 순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만 같은 기간 11.55%에서 12.49%로 0.94%포인트 금리가 높아졌다.
이는 같은 기간 카드사들의 신용점수 700점 이하 저신용자 평균 금리가 17.2%로 변화가 없는 것과 상반된다. 카드사별로 봐도 3개 사를 제외한 카드사들이 모두 금리를 많게는 1.83%포인트에서 적게는 0.01%포인트까지 금리를 오히려 올렸다. 카드론 연체율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또 고신용자의 ‘조정금리’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금리란 은행에서 적용하는 우대금리처럼 마케팅을 목적으로 카드론 금리를 낮춰주는 것이다. 10월 말 기준 카드사별 조정금리는 삼성카드가 0.77%에서 2.19%로 대폭 커졌고, 우리카드도 0.91%에서 2.23%로 조정금리를 확대했다.
한편 카드론 잔액은 지난달 다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여신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하나·우리·롯데·BC·NH농협카드)의 10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2201억원으로, 9월 말(41조6869억원) 대비 5332억원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