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 맞아?” 다신 보고싶지 않은 끔찍한 ‘이 사진’ [지구, 뭐래?]
녹조 현상이 발생한 지난 2일 소양호(오른쪽)와 이전의 모습. [연합·양구군청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도권 식수원이자 국내 최대 규모 인공호수인 소양호가 새파랗게 질렸다. 이 정도로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 건 1973년 소양강댐이 건설된 이후로 50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녹조가 대번식하지 않는 호수였지만 극한의 기후변화로 소양호도 녹조가 자주 발생하는 호수가 될 수 있다. 폭염으로 수온이 높아지고 폭우로 녹조가 잘 성장하게 하는 유기물이 유입되면 소양호도 해마다 녹조가 발생하는 하천이나 저수지와 다를 바 없는 조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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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는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넓게 퍼져 있다. [연합]

과학계 등에 따르면, 녹조가 발생할 땐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25~35도의 높은 수온 ▷물이 흘러가는 속도와 체류시간 ▷유기물 등이다.

소양호는 저수용량이 29억t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 인공호수로, 그중 물의 속도가 느리고 체류시간이 길다. 또 북쪽 산지에 위치해 수온도 낮다. 유기물도 많지 않아 지금까지 녹조가 대규모로 번식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소양호는 녹조가 나타나지 않는 호수의 대명사로 통했다. 2017년 대통령선거 후보 TV토론회에서 당시 홍준표 후보가 “(느려진) 강의 유속 때문에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지천에서 흘러 들어온 질소·인을 포함한 축산폐수·생활하수가 고온다습한 기후와 만났을 때 녹조가 생긴다”며 “물이 232일씩 갇히는 소양호엔 왜 녹조가 안 생기는 것이냐”며 예시로 들 정도였다.

이런 소양호가 처참하게 변한 건 가장 먼저 온도상승 때문이다. 과거 25도 안팎이던 소양호의 수온은 지난주 33도 수준까지 치솟았다. 강원 인제군의 낮 최고기온은 지난달 24일부터 30도 이상을 유지 중이다.

여기에 폭우가 더해지면서 녹조류가 대번식할 환경이 됐다. 하필 장마철 많은 양의 비가 쏟아지면서 소양호로 빗물과 함께 낙엽, 가축분뇨, 비료 등의 유기물이 유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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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양구군청 제공]

결국 가장 큰 이유는 수온 상승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수온 상승이 지속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충북대 환경공학과 연구진은 2020년 발표한 논문 ‘기후변화에 따른 소양호의 수온 장기 모의 및 불확실성 정량화’를 통해 지금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2016~2070년 소양호의 상층(수표면으로부터 5m)의 수온은 해마다 0.048도씩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해마다 전년 대비 약 85%나 온도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반면 소양호의 하층(지표면으로부터 5m)의 수온은 0.027도씩(상승 속도 46%)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연구진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2070년까지 소양호의 상층과 하층의 온도가 5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1년에 최대 307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2005~2015년엔 주로 여름과 가을에만 소양호의 상층과 하층의 온도 차가 크게 발생했다. 소양호 하층의 수온은 약 5도로 비교적 일정한 반면 상층의 수온이 여름~가을에는 21~22도, 겨울~봄에는 8도 수준이었다.

수심이 깊어 온도 차가 크게 나는 소양호의 특성도 녹조 대번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름철 햇빛을 직접 받는 호수의 상층은 뜨거워지지만 하층은 차갑게 유지되면서 물이 잘 섞이지 않는 층(성층)이 생기는데 이때 우리나라 하천에서 주로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가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정세웅 충북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수온 성층이 강화되면 규조류나 녹조류 등은 가라앉을 수 있지만 남조류는 가벼워 떠오르기 때문에 빛과 유기물 등을 더 잘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며 “이런 환경에서 남조류가 우세하고 농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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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이 이어지는 2일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녹조가 발생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들이 제거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

한편 강원 인제군 인제대교 인근 4㎞가량에서 농도가 짙은 녹조가 발생하면서 강원도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달 30일부터 녹조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양호에 조류 제거선을 투입해 녹조를 흡착 및 제거하고 선박 운행에 따라 호수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녹조를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긁어낸다. 하류로 녹조가 떠밀려가지 않도록 차단막도 설치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2일부터 조류 제거선을 본격 투입했다. 향후 진행 사항을 보면서 추가적인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며 “(녹조 제거작업이) 길게는 몇 주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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