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성장률을 또 하향 전망했다. IMF는 25일 ‘세계 경제전망’수정보고서에서 종전 1.5%(지난 4월)에서 1.4%로, 0.1%포인트 낮췄다. IMF의 올해 한국 성장률 하향조정 전망은 벌써 다섯 차례나 된다. 지난해 4월만 해도 2.9% 정도는 될 것으로 봤지만 이후 점차 수정하며 그 절반 이하까지 낮춰잡은 것이다. 반도체 등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예상보다 크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경제 상황이 그만큼 불투명하고 활로 모색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성장부진이 한국을 비롯한 독일 등 극히 일부 국가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IMF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을 2.8%에서 3.0%로 2%포인트 올려잡았고,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전망도 대부분 상향조정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스위스 사태가 진정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됐고, 코로나 종식에 따른 서비스 소비가 빠르게 늘어 세계 경제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우리만 그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일본도 1.3%에서 1.4%로 올려 우리와 같은 수준으로 전망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자칫 ‘일본형 불황’의 그림자가 덮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한다.

실제 우리 내부의 상황과 진단도 IMF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0.3%까지 떨어졌던 분기 성장률이 올 1분기 0.3%에 이어 큰 폭 늘어나 언뜻 회복세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건설과 설비투자는 물론 민간과 정부의 소비지출 등 모든 지표가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수출 역시 다소 나아졌다고 하나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다만 경기부진으로 수입이 4% 이상 큰 폭 줄어드는 바람에 0.6%의 플러스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불황형 성장’의 전형이다.

수출부진을 내수가 받쳐주지 못하는 형편이라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찾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 시기에 크게 늘어난 국가부채 때문에 재정으로 경기를 부양할 상황도 못 된다. 결국 그 활로는 투자에서 찾아야 한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투자를 끌어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그 전제는 규제개혁이다. 사실 한국은 노사 문제와 규제 때문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못 된다.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국내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대폭 늘려 해외로 나가는 투자 수요를 되돌리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당파를 초월한 여야 정치권의 입법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한 시점이다.